박준이기자
<i>"지역 아이돌봄센터에서는 돌보미로 일하려는 사람이 있어도 다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 </i>
인천 남동구 아이돌봄센터에서 근무하는 12년 차 아이돌보미 백영숙씨(67)는 28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전체 대상 가구 수에 맞춰서 예산만 배정하고 현장에선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아이돌봄 종사자들은 공공 아이돌보미에 대한 관리가 안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매년 아이돌봄 예산은 늘어나고 있지만, 각 지역 공공 아이돌봄 센터에서 활용되는 운영비에 대한 세부 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예산 집행에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백씨는 "인천의 경우 300명가량 교육을 받았지만, 현장에서 채용된 돌보미는 120명가량"이라고 전했다.
예산 배정 과정에서 지역별 수요가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주남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서울 강남구 같은 경우 아이돌봄 신청 후 대기 가정이 200가구 정도인데 다른 지역과 비슷한 액수의 예산이 일괄 배정돼 있다"며 "인천의 경우 300명가량 교육을 받았지만 현장에서 채용된 돌보미는 120명가량"이라고 말했다.
정부 예산 투입에도 공공 아이돌보미는 수요만큼 양성되지 않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공 아이돌봄 서비스를 신청한 가구는 2020년 6만6694가구에서 지난해 12만2729가구로 1.84배가량 늘었다. 그러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보미 인력은 지난해 2만8071명으로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아이돌봄을 신청하고 서비스를 제공받기까지 걸리는 대기 시간이 지난해 33일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서는 ‘공공 아이돌봄 체계 자체가 설계부터 잘못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여가부는 지역 관리 센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22년 아이돌봄 지원법을 개정해 아이돌봄 광역지원센터가 채용, 근로 계약 등의 관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2023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결산 검토 보고서는 "광역지원센터가 아이돌보미 채용, 근로계약 체결 및 복무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등 현행 법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돌보미의 열악한 처우도 공급이 늘어나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민주노총이 지난 2월 정부제공 돌봄서비스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돌봄노동자 1001명을 대상으로 임금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 월평균 급여는 171만9000원으로 조사됐다. 응답자들은 명절상여금 외에 식대, 교통비, 통신비, 휴가비 등 복리후생과 실비에 해당하는 수당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공공 아이돌봄 체계 개선에 사실상 손 놓고 있다. 여가부는 입법을, 국회는 부처의 관리 소홀을 문제의 원인으로 꼽는다. 이에 민간업체의 육아도우미에 국가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의 대안이 제시됐다. 당장의 문제 해결이 어려워지자 양측 모두 민간업체의 육아도우미에 국가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공공 아이돌봄과 별도로 운영되고 있는 민간업체의 육아도우미에 국가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문제는 입법 추진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부터 민간 아이돌봄 기관 등록제와 아이돌봄 국가 자격제 도입 등 내용을 담은 아이돌봄지원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다른 법안들에 밀려 소위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22대 국회 여가위에서도 국가 자격제 도입(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대표 발의), 기관 등록제 및 범죄 경력조회(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 등 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이돌봄법은 아직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일단 민간 기관에 대해서도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할 때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