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스포츠로 첫발 뗀 韓日 자동차 협력, 미래사업으로 잇는다

정의선 현대차·아키오 도요타 회장, 27일 회동
"더 좋은 차, 모빌리티의 미래 함께 만들겠다"

판매량 기준 세계 1, 3위이자 각각 일본과 한국을 대표하는 완성차 그룹의 수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얘기다. 시장에선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모터스포츠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손을 맞잡았다. 전동화·자율주행 등 이동수단을 둘러싼 신기술, 신사업과 관련해 본격적인 협력을 위한 물꼬를 틀지 관심이 모인다.

27일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N×도요타 가주레이싱(GR) 페스티벌에서 두 회장은 행사 시작을 알리는 ‘쇼런’ 카에 동승했다. 평소 드라이버로 경주대회에 직접 참가하는 아키오 회장이 운전대를 잡았고 정 회장이 옆자리에 앉았다. 아키오 회장은 랠리카로 격렬한 드리프트도 직접 선보였다. 두 회장이 직접 차에서 내리며 인사를 보내자 관객은 박수로 호응했다.

7일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Hyundai N x TOYOTA GAZOO Racing) 페스티벌'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일본 도요타자동차그룹 회장이 스페셜 쇼런을 마친 후 입장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표면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모터스포츠 저변이 얕은 한국에서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한 취지에서 행사를 마련했다. 정지하 현대차 팀장은 "두 회장께서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두 기업(현대차·도요타)이 모터스포츠를 위해, 한국의 팬을 위해 모터스포츠에 대한 진정성과 열정, 재미를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했다"며 "WRC 선수들도 얼마 전까지 치열하게 경쟁했으나 오늘은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함께 했다"고 말했다.

모터스포츠는 단순히 운전실력을 겨루는 자리를 넘어 완성차 회사가 가다듬는 각종 기술을 차량에 직접 적용해 시험하는 테스트베드 성격이 짙다. WRC는 거친 험로를 빠르게 달리는 만큼 차량의 기본적인 내구성, 거동 능력을 담금질하는 데 최적의 대회로 꼽힌다.

27일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Hyundai N x TOYOTA GAZOO Racing) 페스티벌'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일본 도요타자동차그룹 회장이 스페셜 쇼런을 하고 있다. 운전석이 아키오 회장, 조수석은 정의선 회장. 사진=조용준 기자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그룹 회장. 드라이버로 활동할 때는 '모리조'라는 예명을 쓴다.[사진제공: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운전하는 랠리카에 동승해 있다.[사진제공:현대차그룹]

정 회장은 "N브랜드를 통해 경주차량을 선보이는데 일본이나 한국 모두 심장이 뛰는 자동차 운전을 원하는 모든 분을 만족시키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며 "레이스 분야에서 도요타와 같이 잘해서 더 많은 분이 만족하면서 운전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행사를 위해) 드리프트 연습을 따로 했는데 성공을 못해서 앞으로 더 열심히 연습해 기회가 되면 여러분 앞에 선보이겠다"라고 덧붙였다.

아키오 회장은 관객을 향해 ‘사랑합니다’라고 한국말로 인사했다. 그는 "현대와 손을 잡고 더 좋은 차를, 모빌리티의 미래를 만들어보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두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올해 초 비공개로 회동했을 때 아키오 회장이 공동 행사를 제안했다고 한다. 회사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큰 틀에서 협력을 약속한 만큼 구체적인 사업에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로보틱스, 수소 등 신규사업과 관련해 협력하기로 공감대를 가진 상태다. 그간 자동차를 넘어 다양한 첨단기술 분야에서 신사업을 각자 추진하는 모양새였는데 구체적인 분야에서 협력 물꼬를 틀지 업계에서는 관심을 갖는다. 두 회사 모두 각 나라의 자동차 산업은 물론 첨단기술을 접목한 미래 신사업 분야를 대표하고 있다.

27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Hyundai N x TOYOTA GAZOO Racing) 페스티벌'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가운데)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페스티벌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자동차 업계 최대 화두인 전동화 전환과 관련해서 두 회사는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특히 최근 들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전기차 투자가 주춤해진 가운데 하이브리드 같이 과도기 역할을 해줄 차량 라인업을 두루 갖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전동화·자율주행 등 미래 이동수단 분야에서 중국 완성차 업계가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터라 연대 필요성도 그간 꾸준히 거론돼 왔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다양한 분야에서 포괄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도요타 역시 수소연료전지차를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독일 BMW와 손을 잡았다.

당장 관심을 갖는 건 수소 분야에서 가시적인 프로젝트를 같이 할지 여부다. 현재 양산형 수소차를 출시하는 메이커는 사실상 현대차와 도요타뿐이다. 기술 개발은 물론 부품 수급,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힘을 합친다면 그만큼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높다. 수소차는 중장기적으로 상용차를 중심으로 널리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개별 회사 차원에서 준비하기보다는 민간 차원에서 협력하고 공적 재원이 투입된다면 그만큼 빨라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본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회장(오른쪽 네번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다섯번째)과 각 사 WRC 드라이버 선수들이 27일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행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차그룹]

산업IT부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