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車덕후'가 만드는 상상의 미래車…현대차·기아, 아이디어 페스티벌 가보니

25일 현대차·기아 아이디어 페스티벌 행사
남양연구소 야외 무대서 아이디어 PT 경쟁
'거울 같은 디지털 사이드 미러' 대상 수상
양희원 사장 "고객 요구 수용한 기술 개발이 R&D 역할"

25일 현대자동차·기아 기술력의 본진인 남양연구소. 야외에 설치된 무대 위에서 현대차·기아 연구원들이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객석에는 연구개발(R&D)의 최고 수장인 양희원 사장과 남양연구소 신입사원 50명이 심사위원으로 자리해 기술에 대한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 행사는 임직원들이 창의적인 기술 아이디어를 뽐내는 '2024 아이디어 페스티벌'이다.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차 덕후들'이라는 주제의 이날 행사에는 참신한 모빌리티 아이디어를 구상한 6개 팀이 발표를 진행했다. 기술 시나리오나 발표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물 자동차로 제작해 각자의 아이디어를 구현했다.

이날 대상은 거울로 보는 듯한 직관적인 디지털 사이드 미러를 개발한 EAI팀이 수상했다. EAI팀은 남양연구소의 로보틱스비전AI팀원 4명이 모여서 만든 팀으로, 운전자의 시선 이동에 따라 사이드 미러 위치를 조정하는 'ADSM(Active Digital Side Mirror)' 기술을 개발했다.

아이오닉5에 현대차 최초로 적용된 디지털 사이드 미러의 채택률은 16% 정도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를 적용하면 거울 대신 고화상 카메라로 차량의 옆·후면을 볼 수 있다. 소음도 줄고 공기 저항도 덜 받게되며 야간이나 비가 올 때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이오닉5 구매자 6명 중 1명만이 이 옵션을 선택한다. 사용에 불편함과 이질감을 느껴서다. 평소 거울로 온몸을 움직이며 다양한 각도로 사이드 미러를 보지만 디지털 카메라를 활용하면 평면적인 시각에서만 차량 옆·후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 2024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한 EAI팀이 운전자 시선에 따라 화면 각도가 달라지는 디지털 사이드 미러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우수연 기자]

이를 위해 EAI팀은 얼굴 인식 카메라에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운전자의 시선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인식한 운전자의 시선에 따라 디지털 사이드 미러 카메라의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평면적인 카메라 화면이 아닌 마치 거울을 보는 듯한 화면을 구현했다. 원종하 로보틱스AI비전팀 책임 연구원은 "ADSM을 활용한 디지털 사이드 미러로 사각지대를 보려면 단순히 고개를 들거나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며 "디지털 화면에서 오는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실제 거울로 보는 듯한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이 기술에 대해 양 사장은 "새로운 기술이 처음 나온 이후에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 발전해 나가기 마련"이라며 "디지털 사이드미러 기술이 발전해 나가는 가운데 단점을 발견하고 해결, 진보해 나가는 것이 연구개발(R&D)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 밖에도 에어포켓으로 트렁크에 실린 물건을 보호하는 '스마트 러기지 시스템'과 수소전기차에서 발생한 물을 활용한 가습 시스템 'H-브리즈'도 최우수상을 받았다. 스마트 러기지 시스템은 트렁크에 공기 주입이 가능한 에어포켓을 탑재해 내부의 물건의 쏠림이나 이동을 방지하는 기술이다. 택배 차량 등 상용차에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H-브리즈' 가습 시스템은 수소전기차에서 나오는 물로 가습기 필터를 적시고, 필터를 말리면서 차량 내부에 습도를 올리는 기술이다. 히터 사용으로 차량 내부 습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겨울철에 활용 가능하며 자체적인 애프터 블로우 기술을 사용해 세균 번식도 억제한다.

대상 수상팀에게는 1000만원의 상금과 내년 CES 견학 기회가 주어졌으며, 최우수상팀에게도 상금 500만원과 아시아 지역 해외 기술 탐방의 기회가 제공된다. 현대차·기아는 올해로 15회째 이어지는 '아이디어 페스티벌'을 통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실제 양산차에도 적용하고 있다. 최근 신형 싼타페에 적용된 '양방향 멀티 콘솔'의 경우 2021년도 행사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아이디어가 양산차에 적용된 사례다.

양 사장은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자동차에 대한 임직원들의 순수한 열정과 도전정신을 상징하는 행사"라며 "임직원들이 가진 참신한 아이디어가 현대차·기아의 성장과 혁신을 이끄는 원동력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산업IT부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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