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백악관이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의 이행 상황 검토시 중국 자동차 기업의 멕시코 우회 생산 문제를 손보겠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연설을 통해 "USMCA는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통과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가까운 시기에 USMCA를 업데이트 해야 할 때 논의할 사항 중 하나는 북미 공급망 범위, 원산지 규정 설정, 중국과 같은 나라가 어떻게 멕시코와 같은 지역에서 자동차 공급망에 참여하는지 등이 될 것"이라며 "우리가 자세히 살펴봐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해 지난 2020년 발효된 USMCA는 6년마다 협정 이행 사항을 검토하게 돼 있다. 오는 2026년 첫 검토 시점이 도래한다. USMCA에서는 일정 요건 충족시 멕시코에서 생산된 차량을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데,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이를 악용해 멕시코 우회로를 통해 미국에 차량을 수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조 바이든 행정부는 물론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이 문제를 들여다 보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중국 기업 자동차에 100~2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취임 후 USMCA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또 미국의 대(對)중국 정책은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아닌 '디리스킹'(위험 제거) 기조임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중국과 같은 경쟁국에 고부가가치 제조 역량을 아웃소싱하지 않도록 우리 자신에 대해 투자해야 한다.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탄력적으로 구축해 중국과 같은 나라가 핵심 공급망에서 우리를 인질로 잡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당은 좁게, 담장은 높게' 정책을 통해 첨단기술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이런 분야 외에는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중국과도 광범위한 경제(관계)를 유지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 정부가 자동차의 자율주행·통신 기능에 중국 및 러시아산 소프트웨어·부품 사용을 금지키로 한 것에 대해서는 "우리는 수출 및 투자 통제에 더해 민감한 데이터와 핵심 인프라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 조치와 관련한 동맹국의 협력 여부와 관련해서는 "국가마다 고유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각국이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면서도 "의견이 수렴되고 있다고 믿는다. 주요 7개국(G7)을 보면 중국에 대한 접근법은 다르지만 기본원칙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가 지난 5월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로 반도체, 배터리, 태양광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것과 관련해서 "중국은 자국 수요보다 훨씬 더 많이 생산해 인위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세계 시장에 과잉공급하면서 전 세계 제조업체를 폐업시키고 공급망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면서 "제2의 차이나 쇼크를 막기 위해서 301조에 따라 조치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