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선기자
오지은기자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을 폭로한 강혜경씨가 명씨와 연루된 정치인 명단을 공개했다. 명단에는 여야와 원내·외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이 대거 포함돼 있어 파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강씨 측 변호인인 노영희 변호사는 전날 오후 국회 출입기자단에 명씨와 관련된 인물이 담긴 명단을 공개했다. 명단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김진태 강원지사, 박완수 경남지사, 홍남표 창원시장, 조규일 진주시장, 오태완 의령군수, 윤상현·윤한홍·김은혜·박대출·강민국·나경원·조은희·안철수·서일준 국민의힘 의원, 안홍준·이주환·강기윤·조명희·하태경 전 국민의힘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이언주 민주당 의원,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 여영국 전 정의당 의원, 이학석 전 통영부시장 등 총 27명이 포함됐다.
강씨는 이 명단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했다. 강씨는 전날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명단을 제출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나중에 따로 제출하겠다"며 "거래까지는 아니고 명씨의 미래한국연구소와 연관된 인물"이라고 말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여론조사 업체로 윤 대통령이 당선된 20대 대선 경선, 본선 기간동안 다수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명씨는 미래한국연구소를 차명으로 운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명단에 포함된 정치인들은 명씨와 접촉한 의혹에 대해 즉각 부인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완전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향후 대처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명백한 허위사실이며 오히려 2021년 서울시장 경선과 당 대표 경선에서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야권에서도 반발했다. 이언주 의원 측은 "(이 의원이) 국민의힘에 있을 때 명씨가 어떤 인물이라더라 들은 정도"라며 "앞뒤 잘라서 이름만 내놓으면 다 똑같이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두관 전 의원 측은 "예전에 일한 보좌진들은 다 그만둔 상태다. 현재 정확한 확인은 어렵다"고 말했다.
향후 명씨와 관련된 추가 폭로가 나온다면 정치권에 끼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명 '명태균 명단'은 명씨가 최근 언론을 통해 유력 정치인 30명 이상과 거래했다고 말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강씨 측은 명씨와 접촉한 정치인이 공개된 명단 이외에 더 있다고 밝혔다. 노 변호사는 "명씨가 말한 숫자는 정확하지 않다"며 "여론조사를 의뢰하면서 (명씨와) 연관된 사람은 더 있다"고 말했다.
강씨는 김 여사가 공천 과정에 개입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강씨는 전날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미래한국연구소가 공표 조사를 포함해 자체 여론조사까지 81번을 진행했는데 김 여사가 돈을 챙겨준다고 해서 명씨가 돈을 받아오겠다고 갔다"며 "명씨는 돈은 안 받아오고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아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