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언론을 죽이는 또는 살리는 AI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은 매년 6000만달러(약 800억원)를 구글로부터 받는다. 레딧은 다양한 주제에 관해 네티즌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정보를 올리는 곳이다. 국내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찾자면 디시인사이드나 네이버 카페를 떠올리면 된다. 레딧에 올라온 무수한 콘텐츠와 이용자 간 대화 내용은 구글 인공지능(AI) 모델의 학습 데이터가 된다. 800억원은 바로 그 비용이다.

퍼플렉시티(Perplexity)와 같은 ‘AI검색’ 서비스의 돌풍이 거세다. 이용자가 검색·질문을 하면 AI가 답변을 생성해 제시하는 서비스다. 기존의 검색방식은 검색 키워드에 맞는 콘텐츠의 링크를 제공하는 식이었다. 가령 구글에서 검색어 ‘생성형AI’를 치면 생성형AI와 관련된 뉴스, 블로그, 동영상 등이 검색결과로 제시된다. 이용자는 그중에 마음에 드는 콘텐츠의 제목을 클릭하게 되고, 웹페이지로 이동하게 된다. 즉 링크를 통해 이용자를 중개하는 식이었다.

AI검색은 이러한 방식을 바꾸고 있다. 검색 후 펼쳐지는 링크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지 않아도 된다. 말하듯 물어보면 된다. ‘생성형AI의 작동원리가 뭐야’라고 물으면 그에 맞는 답을 AI가 종합해서 제시한다. 퍼플렉시티의 경우 답변 바로 아래에 관련된 후속질문 리스트를 띄운다. 이걸 누르면 다시 후속질문에 맞는 답변을 띄운다. 이용자는 이렇게 검색 플랫폼 내에서 더 오래 머물게 된다. 언론사 입장에선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링크를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필요가 없다는 건 언론사로 직접 들어오는 트래픽의 감소를 뜻한다.

<이미지출처=챗GPT DALL E·3>

AI검색은 검색시장에서 뉴스의 특권적 지위도 위협한다. 기존 검색시장에서 전통적 미디어의 뉴스는 그 자체로 신뢰성을 보장받았다. 블로그, 출처불명의 웹페이지와는 구별됐다. 대부분의 포털은 검색결과 표시 페이지에서 별도의 '뉴스' 탭을 제공했다. AI검색에서는 이런 우대가 사라진다. 뉴스는 AI가 합성하는 다양한 정보 소스 중 하나로 취급된다. 뉴스는 검색결과를 구성하는 하나의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AI검색 플랫폼이 무조건적 ‘갑’의 위치에 서는 건 아니다. 퍼플렉시티 말고도 여러 AI검색 서비스가 있다. 구글의 오버뷰(Overviews), 오픈AI의 서치GPT(SearchGPT), 네이버의 큐(Cue:)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 검색시장에서 구글이 검색품질로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듯, AI검색 시장 역시 ‘답변 품질’에 따라 승자독식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시장 초기에 어떻게 탁월한 답변 품질을 제공하느냐가 핵심이고, 이는 ‘데이터’에 달렸다. AI검색은 보편적인 답, 중위값의 정보를 제공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결과값의 편향·편견을 낳을 우려가 있다. 천동설 시대에 AI가 나왔다면 그 AI는 필시 "태양은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고 했을 것이다.

고유한 의견, 독자적인 정보의 중요성은 AI검색 시대에 더욱 커진다. AI검색 플랫폼은 차별화된 정보를 검색결과에 반영함으로써 정보의 다양성과 균형을 유지할 수 있고, 검색품질 경쟁력을 갖춘다. 이 점을 고려하면 베껴쓰기·따라쓰기가 아닌 자체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갖춘 언론사야말로 AI검색 플랫폼을 상대로 몸값을 크게 부를 수 있다. 레딧처럼 말이다. 고품질의 독점적 콘텐츠 생산, 심층적 분석 제공, 그리고 AI와 효과적인 협력 모델 구축은 뉴스산업 앞에 놓인 과제다. AI가 언론을 죽일지, 언론이 AI로 살아날지는 언론의 선택에 달렸다.

콘텐츠편집2팀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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