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외로움, 감염병보다 심각한 질병… 구제 위한 대안 절실'(종합)

서울시, 4500억 투입해 은둔가구 종합지원
오세훈 "국내 최초이자 글로벌 선도 사례"
고립·은둔 시민 조기 발굴… 재발 방지까지
상담 플랫폼 외 고립예방센터와 연계 확대

서울시 1인 가구 151만. 2022년 기준 비율로만 따져도 서울시 전체 인구대비 38%가 넘는 수준이다. 2000년 16%에 불과했던 1인 가구 비율이 20여년 만에 2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코로나 이후의 삶은 더 우울해졌다. 팬데믹을 전후로 사회적 고립을 호소하는 시민은 2019년 27.7%에서 2022년 34.9%로 늘었다.

서울시가 21일 내놓은 '외로움 없는 서울' 대책은 시민들이 겪는 외로움이 생애주기별 복합요인에 따라 발생하고 있는 점을 기반에 두고 있다. 청년층, 중장년층, 노년층이 각각의 이유로 외로움에서 고립, 은둔 상태까지 밟고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 통계를 살펴보면 고립·은둔 청년만 13만명으로 고독사의 절반 이상은 중장년 남성, 고립된 어르신들이 늘며 노인자살률은 OECD 대비 2~3배 높은 상황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이날 내놓은 대책에 대해 "정신 건강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이나 일본 같은 경우에는 중앙부처 차원에서 별도의 대응을 시작했다"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거기에 미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지금 우리는 감염병보다 더 심각한 사회적 질병인 외로움으로부터 시민을 구제하기 위한 절실한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해결책은 '연결'… 연령대별 외로움 해결 위해 '사회적 연결' 회복해야

오 시장이 내놓은 해결책은 '연결'이다. 연령대별로 해법이 다르다고 강조한 오 시장은 전 연령대의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연결'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사회적인 관계를 복원할 수 있을 때, 외로움 현상이 줄어들고 자살을 비롯한 부정적인 사회 현상까지 최소화한다는 얘기다. 오 시장은 "국내 최초이자 글로벌 선도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로움 없는 서울' 대책은 ▲함께 잇다 ▲연결 잇다 ▲소통 잇다의 3대 전략과 7대 핵심과제로 구성됐다. 시스템 구축에 5년간 총 4513억원을 투입할 계획으로 지난 7월 신설한 돌봄고독정책관이 총괄 기획한다. 코로나19 팬데믹 후 더욱 깊어진 서울시민의 외로움·고립·은둔 문제에 대해 서울시 실·본부·국이 모두 나서 협력하는 '칸막이 없는 행정'이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번 대책은 고립과 은둔 상태에 있는 시민을 조기에 발굴하고 이들을 다시 사회와 연결하는 단계별 지원체계 구축이 핵심이다. 가스·전기 등 위기정보(46종)와 각종 행정정보를 연계해 고립·은둔가구를 선제적으로 찾아내고 고립가구 생활특성상 자주 이용하는 편의점, 빨래방 등 생활밀착업종을 고립가구 지원 신청 접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우선 시민이 외로움을 느낄 때 언제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24시간 플랫폼을 마련한다. 온·오프라인 플랫폼 '똑똑 24'로 전화나 온라인은 물론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한다. 핵심 플랫폼 '외로움 안녕 120'은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외로움 전담 콜센터로 내년 4월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120다산콜로 전화를 건 뒤 특정 번호를 누르면 외로움 전담 상담원에게 바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고립예방센터와 연계해 현장방문 및 긴급개입, 심층상담 및 서비스 연계 등 후속 조치를 진행하는 방식도 도입한다. 고립·은둔에서 벗어난 시민들을 상담사로 배치해 추가 상담을 제공하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취약 고립가구 발굴·지원 및 고독사 예방을 위해 서울시가 2022년 10월 전국 최초로 설치한 '사회적고립가구지원센터'는 '고립예방센터'로 확대 개편한다.

배달앱 활용한 외부활동 유도 등 세부책까지 마련… 오세훈 "예방에서 치유 체계적으로 관리"

기존 정신건강 위험군 중심의 마음상담서비스 대상은 모든 시민으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지난 8월부터 서울시광역심리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며 모든 시민이 일상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민간심리상담소를 활용한 '전 시민 마음투자사업'이 지난 7월부터 가동 중이다. '전 시민 마음투자사업'은 주 1회 총 8회에 걸쳐 1대 1 서비스로 제공되며 올해 2만명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대상자가 늘어난다.

이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줄 이벤트도 항시 운영한다. 이른바 '365 서울챌린지'로 자연힐링나들이, 스포츠 등 생활프로그램이나 책읽는 야외도서관,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와 같은 서울 대표 행사와 엮어 챌린지 형태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는 서울시 전 실·본부·국의 사업과 연계하는 것은 물론 여가,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기업 및 챌린지 플랫폼과도 협력하기로 했다.

주로 음식을 배달시키는 1인 가구의 특성을 고려해 배달앱 플랫폼 내 고립 위험도를 체크할 수 있는 팝업창도 만든다. 배달앱사와 협력해 배달이 아닌 식당 방문시 사용할 수 있는 할인쿠폰을 제공해 외부활동을 적극적으로 끌어낼 계획이다.

지원 신청 의지가 없고 도움을 거부하는 은둔가구를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가족, 이웃 등 주변인도 지원 신청할 수 있도록 전화, 앱, 홈페이지 등 다양한 채널을 만들 방침이다. 민간단체와 협력해 아웃리치를 통한 위기가구 발굴체계도 활성화한다.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서울청년기지개센터'도 다양한 활동에 나선다. 중장년 대상 일자리·복지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중장년 정보몽땅채널'은 내년 상반기 중 오픈한다. 거동이 불편한 취약 어르신의 바깥 활동을 돕는 보조보행기 '실버카 대여 서비스'도 시범 도입을 고민 중이다. 이밖에 도움의 손을 뻗기 가장 힘든 은둔 지원거부 시민에게는 '15분 외출처방'을 통해 집 밖으로 나와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고립을 경험하고 극복한 시민이 상담을 직접 진행하거나 비대면 화상상담을 통해 저항감을 줄이며 한발씩 다가가는 방식이다. 최초 상담 및 접촉 등에 대한 인센티브도 제공해 참여를 유도한다.

오 시장은 "외로움과 고립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라며 "시민 누구도 고립되지 않는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시정역량을 총동원하고 예방부터 치유, 사회로의 복귀, 재고립 방지까지 촘촘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사회부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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