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부끄럽지 않아요"…정신·심리 치료 문턱 넘는 2030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25초
언론사 홈 구독 뉴스듣기 글자크기

올해 정신건강 치료 비율 27.0%
5년 전보다 22.7% 늘어
"변화한 사회상 반영…앞으로 계속될 듯"

#서울 광진구에 사는 대학생 이하연씨(23)는 최근 2주에 한 번씩 심리 상담센터를 찾고 있다. 학창시절부터 계속된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불안감, 우울감을 오래 앓아왔는데 한 심리 상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이씨와 딱 맞는 원데이 프로그램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상담료는 저렴하지 않지만, 이씨는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하며 상담을 받고 있다. 이씨는 "학창시절부터 계속된 문제인데 심리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까진 하지 못했다"며 "막상 치료를 받아보니 생각보다 분위기가 편안해서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올해 초 결혼한 신혼부부 정모씨(32)는 한 달 전부터 남편과 '부부 클리닉'을 다니고 있다. 남편과 사소한 문제로 갈등이 잦아 고민하던 중에 한 TV프로그램에 나오는 부부 상담 장면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 정씨는 "부부 클리닉을 다니면 주변에서 '문제 있는 가정'으로 볼까 두려웠는데, 요즘엔 가치관 차이나 집안일 배분 문제로도 부부 클리닉을 통해 도움을 얻는다는 주변 조언을 듣고 등록했다"며 "남편과 함께 매주 상담사가 내주는 숙제를 해결하면서 다투는 일도 줄었다"고 말했다.


"부끄럽지 않아요"…정신·심리 치료 문턱 넘는 2030 비 내리는 주말 밤 경기도의 한 도서관에서 청년들이 공부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AD

부정적인 인식이 짙었던 정신·심리 치료에 대한 편견을 깨고 적극적으로 상담을 찾아 나서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단절이 보편화된 시대에서 젊은 층은 우울감 등의 정신적·심리적 문제를 하나의 질병으로 여길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도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4년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가운데 올해 정신건강 문제로 치료를 받은 비율은 27.0%로 5년 전인 2019년(22.0%)과 비교해 22.7% 증가했다. 매년 정신건강 문제로 병원을 찾는 비율은 2019년 22.0%에서 2021년 25.3%, 2022년 26.9%, 2024년 27.0%로 꾸준히 늘었다. 특히 연령별로는 20·30세대 비율이 높았다. '올해 정신건강 문제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20대 비율은 36.4%로 전 세대 가운데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30대(29.6%)가 높았다.


"부끄럽지 않아요"…정신·심리 치료 문턱 넘는 2030

젊은 층을 겨냥한 각종 상담 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온·오프라인 심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에선 증상별, 유형별로 맞춤 심리상담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이력을 소개하고 영유아·아동·청소년·성인 등 연령별 추천 프로그램과 '이별·재회 상담', '펫로스 증후군' 등의 특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커뮤니티에선 '나와 맞는 상담사 만나는 법', '정신과 상담받은 후기' 등의 게시글이 활발히 공유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외로움이 보편화된 사회상 속에서 젊은 층들이 정신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이 변화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단절과 함께 현대인이 느끼는 외로움과 우울감 등은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며 "이를 보며 자란 젊은 층은 기성세대보다 정신 문제를 특별할 것 없는 하나의 질병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처럼 심리 상담을 다룬 인기 프로그램이 많아져 상대적으로 미디어 접촉 비율이 높은 젊은 층이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