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권,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개편안' 반대…'현실과 동떨어져'

손보사 10곳, 금융당국에 반대의견서 제출
"보험부채 높여 재무건전성 악화…실제 현장과도 배치"

금융당국이 보험사 '실적 뻥튀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을 검토 중인 '무·저해지 보험상품 해지율 개편안'에 대해 10개 손해보험사가 반대하고 나섰다. 당국 개편안이 현실과 맞지 않고 보험회계의 신뢰도를 낮출 것이란 우려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10개 손보사(삼성·DB·현대·KB·한화·롯데·NH·흥국·하나·MG)는 최근 당국에 무·저해지 해지율 개편안을 반대하는 공동의견서를 제출했다. 당국의 제도개편안에 보험사가 단체로 의견서를 낸 건 이례적이다.

무·저해지 보험은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중도해지 시엔 계약자에게 돌아가는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상품이다. 손보사들이 2016년부터 값싼 보험료를 전면에 내세워 집중적으로 판매해왔다. 문제가 된 건 지난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다. IFRS17 체제에서 보험사 실적으로 보험계약마진(CSM)이 중요해지자 보험사가 이 상품의 해지율을 자의적·낙관적으로 가정해 CSM을 부풀렸다는 논란이 일었다.

당국이 제시한 개편안은 '로그-선형 모형'이다.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을 산정할 때 보험계약 4~5년 차까지는 보험사 경험통계를 반영하고 이후 기간은 로그-선형 예측모형을 적용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경험통계 반영이 끝나고 예측모형이 적용되는 구간에 급격한 해지율 하락이 생긴다. 해지율이 낮아지면 보험사는 그만큼 미래에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늘어난다. 이는 보험부채를 키우고 가용자본 감소에 따른 지급여력비율 하락 등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개편안 관련 '로그-선형 예측모형'.

손해보험업권이 제시한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개편안 관련 '선형-로그 예측모형'의 예시.

손보사들은 당국이 제시한 모형이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승환계약(보험 갈아타기)을 고려하지 않고 해지율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가정했다고 주장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개선해야 할 부분이지만 사실 무·저해지보험은 영업현장에서 보장성 강화 등의 이유로 부당승환이 자주 발생한다"면서 "그래서 전체 보험계약 기간에 대해 높은 해지율을 적절히 가정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가정과 실제가 일치하지 않으면 예실차(예상보험금과 실제 발생보험금 간의 차이)가 커지고 재무제표의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다.

손보업계가 제시하는 건 '선형-로그 모형'이다. 이는 당국 개편안과 달리 보험계약 5년 차부터 급격한 해지율 감소가 나타나지 않고 완만하게 우하향하는 형태다. 보험계약 연차가 늘어날수록 해지율이 0에 근접하는 속도가 더 늦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당국 개편안은 이익 부풀리기 주범으로 지목된 CSM에 대한 영향은 적고 지급여력비율 악화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면서 "모형이 현실적이지 않고 IFRS17의 최선추정 원칙과 배치된다는 점에 업계 전반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당국은 개편안과 관련해 국내외 통계에 기반해 적합도가 높은 예측모형을 산출했으나 아직 확정된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IFRS17 개선안과 관련한 영향평가도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추후 보험개혁회의 등을 통해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금융부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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