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잡고 무력화…미래전쟁 핵심 방어체계 현장[군사이야기]

LIG넥스원 구미하우스 탐방기
드론·쓰레기풍선도 잡는 레이더 기술 집합소

북한이 19일 또다시 쓰레기 풍선을 날렸다. 북한은 지난 5월 이후 이번까지 총 29차례 쓰레기 풍선을 살포했다. 쓰레기 풍선은 강원도 철원 지역에 10여개가 떨어졌다. 군 안팎에서는 풍선이 아닌 대규모 드론에 실은 생화학무기 공격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드론은 더 많은 생화학무기를 정확하게 투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드론을 활용한다면 이미 보유하고 있는 화학작용제 5000t을 수도권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을 통째로 오염시킬 수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발간하는 ‘동북아 안보 정세분석’ 자료에 따르면 화학작용제 5000t은 서울시 면적의 4배인 2500㎢를 오염시킬 수 있는 양이다. 이렇다 보니 드론을 막기 위한 체계를 개발하기 위한 국내 방산기업들의 움직임도 빠르다. 대 드론통합체계 개발을 하는 LIG넥스원 구미공장을 찾았다.

LIG넥스원은 인공위성 등 항공우주산업에 도전하기 위해 고주파 시험을 해야하는데, 이를 대비해 40기가 헤르츠 (GHz)까지 시험할 수 있는 시험장을 건설했다. (사진제공=LIG넥스원)

챔버 문을 여니 내부벽에는 마치 나뭇가지에 가시가 자란듯 탄소섬유 재질의 전자파 흡수체 수천개가 붙어 있었다.(사진제공=LIG넥스원)

구미공장 본사 앞에는 6ㆍ25 전쟁에 참여한 16개국과 유엔의 국기가 나란히 펄럭이고 있었다. 전쟁의 아픔과 참전국들의 고마움을 잊지 말자는 취지였다. 본사 건물에는 ‘대한민국 그 한마디, 가슴에 품고 삽니다’라는 문구가 크게 붙어있었다. 방산업체의 자부심을 담은 듯했다. 회사 관계자는 레이다 개발 현장을 보여주겠다며, 지난해 12월 건립한 중형근접전계시험장으로 안내했다.

주파수 범위에 따라 전자파흡수체 크기 달라

LIG넥스원은 인공위성 등 항공우주산업에 도전하기 위해 고주파 시험을 해야 하는데, 이를 대비해 40기가헤르츠(GHz) 까지 시험할 수 있는 시험장을 건설했다. 건물 안에 들어가니 일명 챔버(chamber)라 불리는 전자파 시험장이 양쪽에 있었다. 높이만 족히 6m는 넘어 보였다. 챔버 문을 여니 내부 벽에는 마치 나뭇가지에 가시가 자란 듯 탄소섬유 재질의 전자파 흡수체 수천개가 붙어 있었다. 시험 도중 외부 전자파의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다. 전자파 흡수체의 크기는 주파수 범위에 따라 다르다. 주파수가 높을수록 파장이 짧아지고, 직진성이 좋아진다. 항공우주에 사용되는 무기체계는 고주파를 사용한다. 이 고주파 시험을 하기 위해서는 전자파흡수체의 크기를 줄여야 한다. 다양한 무기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시험장을 만들 수밖에 없다. 구미공장 안에 이런 시험장이 무려 13개나 되는 이유다.

박상하 신뢰성센터 팀장은 “최신예 전투기 에이사(AESA) 레이다의 경우 여러 개의 목표물을 한 번에 추적하고, 높은 출력신호를 만들기 위해 수백개의 송수신 장치(TRM)가 장착된다”며 “다양한 주파수를 사용하는 여러 안테나를 동시에 시험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시험장 시설 수준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드론 겨냥한 대 드론통합체계 개발

LIG넥스원은 ‘대 드론통합체계’를 개발했다. 이 체계는 적이 날린 드론을 탐지하고 무력화는 장비다. 능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다로 적 드론을 탐지한 뒤 전자광학 적외선(EO/IR) 카메라로 추적 후 재머를 이용해 제압한다. 미래 전쟁의 핵심 방어체계로 손꼽힌다. LIG넥스원은 500회 이상 야외 시험으로 통합운영시스템을 검증한 바 있다.

야외 레이다 체계 시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건물 3층에 위치한 시험장에는 국지방공 레이다, 해상감시레이다-II가 시험 중이었다. 육해공을 모두 감시할 수 있는 레이다 들이다. 레이다들은 모두 전방 필봉산에 서 있는 전파 반사체(BEACON) 타워를 향해 전파를 쏘고 있었다.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타워까지 거리만 약 1km. 이 시험장은 400km 탐지거리까지 설정할 수 있어 국내 최대 규모의 레이더 체계 시험장으로 손꼽힌다.

국지방공 레이다 북 무인기 최초 탐지

국지방공 레이다는 차량 위에 달렸는데, 5m 이상을 들어 올려 2초에 한 바퀴씩 회전시켰다. 국지방공 레이다는 2022년 12월 서부전선 방공진지에서 북한의 무인기를 최초 탐지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보안 구역이어서 레이더 통제소 안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통제소답게 모니터에는 영화에서만 보던 원형 레이더가 쉴 새 없이 돌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 스페이스X 등 글로벌 항공우주 기업들이 포진한 미국과 국가 주도 개발정책을 추진하는 중국·일본 등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내 방산기업들도 우주산업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며 “그 중심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부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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