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마다 상식 뒤집은 삼성…이재용, 결단 메시지 띄울까

이달말 회장 취임 2주년
반도체 위기설 침묵 깨고
강도 높은 인사 조직 변화 등
위기 극복 의지 표명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외부 일정 없이 경영구상에 돌입했다.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하기 위한 과감한 결단을 담은 메시지를 조만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올해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불거진 ‘반도체 위기설’에 대해 현재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라도 메시지를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시점은 이달 말 맞이하는 회장 취임 2주년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별도의 외부 일정 없이 서울 서초사옥 집무실에 출근해 경영 구상에 몰두했다. 지난 8일 3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된 후 일주일 만에 온전히 회사 상황만 집중적으로 살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회장은 최근 필리핀과 싱가포르를 방문한 경제사절단 출장에서 11일 귀국했으나 그 이후에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결혼식 참석,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부당합병·분식회계’ 사건 항소심 공판 출석 등 외부 일정을 소화했다.

재계는 이 회장이 빠르고 강도 높은 인사 조치를 통해 조직에 변화를 일으키고 위기 극복의 의지를 강하게 표명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인사 이후에는 그 배경을 설명해 내부 혼란을 방지하고 결속을 다질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별도의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런 분석은 이달 예정된 회사의 주요 행사를 축소하면서 더욱 무게가 실린다. 이 회장은 오는 27일 취임 2주년을 맞이하지만 별다른 기념행사는 잡지 않기로 했다. 또 25일이 되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4주기 추모식도 소규모로 조용히 치를 방침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시점상 이 회장의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회사의 미래 방향과 구체적인 경영 구상을 전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취임 1주년에는 사법리스크 등으로 별도 메시지를 내지 않았는데, 올해는 경영 위기를 맞이한 만큼 메시지를 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는다.

메시지가 나온다면 강도는 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창립 이래 55년간 여러 위기가 있었지만, 상식을 뛰어넘는 결단으로 돌파해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983년 2월 8일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이 일본 도쿄에서 초고밀도집적회로(VLSI)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반도체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후대에 이는 ‘도쿄선언’이라 불린다. 1993년 6월 7일에는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선언’을 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명언을 남긴 그 선언이다. 당시 삼성전자가 만드는 제품이 국내에선 최고를 자부했지만, 세계시장에서는 처우가 좋지 못했던 상황을 뒤엎기 위해 전사적으로 전력투구하자는 강렬한 메시지였다. 1995년 3월 9일에는 ‘애니콜 화형식’이 있었다. 삼성전자 경북 구미사업장 운동장에서 ‘품질확보’가 새겨진 머리띠를 두른 직원 2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높은 불량률을 기록한 애니콜 휴대폰 15만대를 태웠다. 이는 향후 삼성전자의 ‘갤럭시 신화’를 이루는 밑바탕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1년 8월에는 ‘자쿠로 미팅’이 있었다. 일본 도쿄 오쿠라 호텔 근처 식당 ‘자쿠로’에 모인 이건희 회장, 황창규 사장 등은 일본 기업 도시바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 합작 법인 설립 제안을 거절하고 독자 개발을 선택한 순간이었다. 이외에도 2009년 휴대전화에 AMOLED를 탑재한 ‘OLED 결단’, 2016년 배터리 발화 사건이 발생한 삼성 갤럭시 노트7의 전량을 리콜한 일도 삼성전자의 미래를 바꾼 선택으로 회자되고 있다.

산업IT부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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