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경기자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 지난달 말 ‘뼈말라 다이어트’로 유명한 여성 크리에이터 겸 인플루언서 리브 슈미트(22)의 계정을 정지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뼈말라 다이어트는 뼈가 보일 정도로 마른 몸매를 추구하고 극단적으로 식단을 관리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슈미트가 섭식 장애를 조장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이 그가 퇴출당한 이유다. 계정 폐쇄 전 틱톡 팔로우 수는 67만 명에 달했다.
이를 계기로 10대 여성 청소년 사이에서 체중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는 ‘뼈말라’ 또는 ‘프로아나(pro-ana)’가 다시 주목된다. 프로아나는 영어로 ‘찬성(Pro)’과 ‘거식증(Anorexia)’을 결합한 용어다. 마른 몸을 추구하면서 거식증 치료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틱톡을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걸그룹 아이브(IVE)의 ‘장원영 언니’처럼 마르고 싶다며, 그의 날씬함을 찬양하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의 키와 몸무게를 공유하면서 뚱뚱한지 아닌지 판정을 원하는 글도 자주 보인다. 누구나 한 번쯤은 연예인처럼 아름다워지기를 동경하면서 모방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름다움의 기준이 ‘마름’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강박적으로 마른 몸매를 찬양하는 흐름의 주범으로 꼽히는 건 SNS다.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에 등장하는 종잇장 같은 몸매의 소유자들이 미의 기준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섭식 장애의 심리적 원인으로는 날씬함을 강조하는 사회적 압력이나 몸매에 대한 강한 집착, 우울감, 스트레스 등을 꼽는다.
실제로 올해 초 SNS에서는 ‘레깅스 레그 챌린지’가 유행한 적이 있다. 레깅스 레그 챌린지란 레깅스를 입고 양쪽 허벅지가 서로 떨어진 정도를 증명하는 행위였다. SNS상에는 이같이 마른 몸을 과시하는 콘텐츠가 넘쳐난다. 미국 섭식장애 연합은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으로 인해 발생하는 해악을 무시할 수 없다”며 “건강에 극도로 해로운 콘텐츠가 제공될 수 있다”고 밝혔다.
마른 몸 찬양은 특히 10대 여성 청소년 섭식장애 환자의 폭발적인 증가로 이어졌다. 섭식장애는 정신적인 문제로 식습관이 망가지는 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식이장애(섭식장애) 진료 현황에 따르면, 2018~2022년까지 5년간 10대 이하 여성 거식증 환자는 2022년 1874명으로, 2018년(275명)보다 무려 6.8배 급증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기타 식이장애 역시 10대 이하가 2022년 1367명으로 2018년(211명)과 비교해 약 6.4배 치솟았다. 극단으로 치닫는 몸은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치명적이다.
거식증 진단 기준은 체질량지수 17을 기준으로 한다. 키 160cm를 기준으로 했을 때 여성이 43.5kg 정도의 체중이라는 의미다. 중증은 15~16 사이(38.5~41kg)다. 심각한 경우는 15 이하를 의미하는데, 키 160cm 기준으로 여성의 몸무게가 38.5kg 이하일 경우에 해당한다. 중증부터는 입원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섭식장애는 조기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만성화하면서 난치성 질환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