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주기자
외국인투자자는 10월에만 삼성전자를 1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9월3일부터 23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며 주가를 한없이 끌어내리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10월2~11일) 들어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조9408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기관은 2621억원을 팔아치우고, 개인은 2조1573억원을 사들였다.
외국인 매매 동향을 보면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것을 알 수 있다. 외국인은 9월3일부터 10월11일까지 23거래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삼성전자 주식10조699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개인과 기관이 각각 10조2109억원, 1906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과 대비된다.
주가도 종가 기준 7만2500원(9월3일)에서 2거래일 만에 6만9000원으로 무너졌다. 이후 삼성전자는 외국인의 '팔자'세에 결국 '5만전자(10월10일)'로 마무리했다. 올해 첫 거래일 7만9600원보다 25.5% 낮은 수준이다.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시각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증권사들은 연이어 목표주가를 하향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주가가 바닥에 달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매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낸 보고서도 나왔다.
삼성전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크게 4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 우려와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반도체 업종 전반의 실적 눈높이를 하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현재 냉담한 주가와 수급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약한 B2C(기업·소비자 거래) 수요 속 세트 고객사들의 메모리 판가 저항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9조9000억원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제조업 경기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테크 밸류체인의 중간재 성격이 강하다. 레거시 반도체에 특화된 기업이므로 글로벌 투자(제조업)의 경기 회복이 주가 반등의 선결 과제라는 평가다. 이는 주요국 금리 인하 사이클의 누적효과와 미국 신정부 출범 이후 적극적 재정부양 낙수효과가 반영되어야 할 문제다.
세 번째는 수급이다. 삼성전자의 수급 경로는 내국인(개인·기관)이 아니라 외국인이 좌우한다. 현재 외국인의 삼성전자 보유비중은 53.3%로 장기평균 51.9%를 상회하고 있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 논쟁 격화, 삼성전자의 산업 경쟁력 약화, 실적 불확실성 심화의 삼중고 국면에선 외국인투자자의 수급 대응은 당분간 중립 이하의 경로를 따를 소지가 다분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주가의 낙폭 과대와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의 사과문을 근거로 저가 매수의 당위성과 시급성을 주장하는 일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이는 상당 기간 시간 싸움이 가능하고 삼성전자 보유에 따른 추가 기회비용이 제한되는 초장기(극소수) 개인투자자에 국한된 단편적인 전술 대응"이라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HBM 반도체에서 SK하이닉스 대비 실적과 주가 모멘텀 열위 현상이 심화하는 점도 문제다. 삼성전자·하이닉스 상대 주가에 동행 선행하는 실적 모멘텀 이익수정비율 차분(Gap)은 SK하이닉스의 상대 우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TSMC의 호실적 발표에 미국 반도체, 동반 상승 중이나 인공지능(AI) 수혜 해당 없는 삼성전자는 소외되고 있다"며 "전영현 부회장의 사과문과 기업설명회(IR) 자료에서 나타나듯 HBM 납품이 향후 중요 변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