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이 인정한 의학계의 핵심 화두, '마이크로RNA'[AK라디오]

세포 내 유전자 발현 등 주요역할
난치성 질환 치료법 개발에 새 지평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가 2024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미국의 과학자 두 명을 선정했다. 메사추세츠 대학교의 빅터 엠브로스 교수와 하버드 대학교의 게리 러브컨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1993년 세포 내에 존재하는 마이크로RNA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31년 만에 노벨상의 영예를 안았다.

노벨위원회는 한국 시간으로 10월 7일 월요일 오후 6시30분, 이 같은 결정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마이크로RNA의 발견이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으며, 생리학과 의학 분야에 새로운 연구 영역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 발견이 질병 치료법 개발에 혁신적인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로RNA는 우리 몸의 세포 내에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DNA가 생명체의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설계도라면, RNA는 이 설계도를 바탕으로 실제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마이크로RNA는 이 과정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품질 관리자와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생명과학 전문가들은 마이크로RNA의 기능을 설명하기 위해 종종 공장 생산 라인의 비유를 든다. DNA를 제품 설계도로, RNA를 이 설계도를 실제 생산 라인으로 전달하는 역할로 비유한다면, 마이크로RNA는 이 생산 과정의 품질을 관리하고 조절하는 감독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정밀한 조절 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세포는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되고 이는 다양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마이크로RNA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세포는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이는 암, 당뇨병, 자가면역 질환 등 다양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마이크로RNA의 기능을 정확히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다면, 이를 통해 여러 질병의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24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한 메사추세츠 대학교의 빅터 엠브로스 교수(왼쪽)와 하버드 대학교의 게리 러브컨 교수(오른쪽)[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현재까지 마이크로RNA를 직접 이용한 치료법이나 의약품이 상용화된 사례는 없다. 그러나 2010년대 후반부터 암과 희소질환 치료제 연구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이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암 치료 분야에서 마이크로RNA를 이용한 새로운 접근법이 주목받고 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희망적인 초기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마이크로RNA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과학자가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의 김빛내리 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마이크로RNA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연구해 세계 최초로 그 과정을 밝혀냈다. 김 교수의 연구 성과는 2015년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 학술지인 '셀'과 '네이처'에 논문으로 발표되었으며, 국제 학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 교수의 연구는 마이크로RNA의 생성 과정을 밝힘으로써, 이번에 노벨상을 받은 엠브로스와 러브컨 교수의 발견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한국 과학계의 저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여겨지고 있으며, 향후 노벨상 수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RNA 연구는 최근 몇 년간 노벨상 수상의 단골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메신저RNA(mRNA) 연구로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카탈린 카리코 교수와 드루 와이스먼 교수가 노벨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메신저RNA 기술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향후 다양한 질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메신저RNA는 DNA의 유전 정보를 세포의 단백질 합성 공장으로 전달하는 '배달원' 역할을 한다. 코로나19 백신에 적용된 mRNA 기술은 바이러스의 특정 단백질 정보만을 인체에 전달하여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백신 개발 방식과는 다른 혁신적인 접근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RNA 연구의 중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식되어 왔다. 2006년에는 노벨의학상과 노벨화학상을 동시에 RNA 연구자들이 수상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는 RNA가 단순히 DNA와 단백질 사이의 중간 매개체가 아니라, 유전자 발현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과학계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이번 노벨의학상 수상은 RNA 연구, 특히 마이크로RNA 분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다. 전문가들은 이 분야의 연구가 앞으로도 의학과 생명과학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이크로RNA의 기능을 더욱 정확히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게 되면, 암을 비롯한 다양한 난치성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에서도 김빛내리 교수를 비롯한 과학자들의 연구가 계속되고 있어, 향후 한국 과학자의 노벨의학상 수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학계에서는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투자와 지원이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마이크로RNA의 발견과 이번 노벨상 수상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작은 분자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마이크로RNA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앞으로 이 분야의 연구와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를 통해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의학적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마이크로RNA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그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이 분야의 연구가 더욱 발전하여 난치병 치료, 맞춤형 의료, 새로운 진단 기술 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연구자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인류의 건강과 복지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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