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기자
제약·바이오 업계가 지속적인 투자와 이에 따른 성과에 힘입은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해외에 진출한 신약들의 실제 매출 반영 효과가 일어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회사들도 잇따르고 있다.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오는 23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분기 실적 공시를 시작으로 잇따라 실적 발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연 매출 4조원을 기록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분기 매출 1조1569억원에 이어 두 개 분기 연속 매출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Fn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서는 매출 1조8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1%의 증가세를 예견하고 있다. 달러 강세 유지, 미국의 생물보안법 추진으로 인한 반사효과 시작 등으로 인해 실적이 더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셀트리온은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인 9336억원의 매출이 추정되고 있다. 올해 초 진행한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으로 인한 회계상 수치가 모두 개선을 마치면서 영업이익도 반등한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의 수익 개선의 핵심은 미국에서 지난 3월 출시된 자가면역질환 치료 신약 짐펜트라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관문인 처방역급여관리업체(PBM) 시장을 80%가량 과점한 '3대 대형 PBM'과 모두 계약을 맺으며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이 같은 매출이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실적 개선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서정진 회장은 짐펜트라에 대해 "3년 안에 3조원까지 연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며 "보수적으로 봐도 5조원까지 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전통 제약사들도 그간 힘써왔던 해외 진출이 본격적으로 성과로 빛을 발한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은 3분기 매출 5516억원, 영업이익 347억원으로 역대 최대 분기 매출 실적이 예상된다. 폐암 치료 신약 렉라자가 크게 기여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를 존슨앤드존슨(J&J)에 기술수출했는데 최근 이 약의 상업화가 시작되면서 이에 따른 기술료 6000만달러(약 800억원)를 수령한다고 밝힌 바 있다.
렉라자는 J&J의 이중항암항체 치료제 리브리반트와의 병용요법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고, 최근 환자 투여가 이뤄졌다. 렉라자의 미국 약가는 연간 21만6000달러(약 3억원)로 경쟁약인 타그리소의 20만4000달러(약 2억7000만원)보다 높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신약이라고 무조건 약가를 높게 주는 시장이 아니다"라며 "당초 경쟁약보다 더 낮은 약값을 전망했는데 반대로 더 높은 약값이 매겨진 만큼 청신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속에서 누렸던 백신·진단키트 관련 특수가 사라지며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던 GC녹십자는 혈액제제 알리글로를 미국에 진출시키면서 반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알리글로는 지난해 12월 FDA 승인을 받아 지난 8월부터 환자 투여를 시작했다. 알리글로 역시 주요 PBM과 보험사와의 계약에 성공하면서 사보험 시장 기준 80%의 환자 커버리지를 확보했다. 이달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이후 본격적인 알리글로 매출이 생기며 3분기 약 200억원의 매출이 전망된다"며 "우수한 제품력으로 경쟁제품 대비 판가·마진율이 높아 4분기 대폭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실적 개선이 4분기 들어 더 이어질 것으로 기대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 실적 개선이 대부분 해외 매출이 본격화한 제품들의 성장으로 일어난 만큼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매년 연말연시는 글로벌 빅 파마들이 주요 IR 행사를 앞두고 좋은 파이프라인을 사들이는 시기인 만큼 기술수출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10일 리가켐바이오가 일본 오노약품공업에 항체·약물접합치료제(ADC) 후보물질과 플랫폼 기술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후보물질인 LCB97은 최대 7억달러(약 9435억원)에 계약을 맺었고, 플랫폼 기술 계약은 구체적 계약 규모가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