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건 맥주뿐!'…러시아서 '맥주애호가당' 재창당

1990년대 잠깐 활동 후 사라져
당 대표 "맥주는 직접 소통을 상징"

1990년대 러시아에서 잠깐 활동했다가 사라진 정당 '맥주 애호가당'(Beer Lovers Party)이 재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지난 5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맥주애호가당 재창당 총회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맥주애호가당 사무총장을 맡은 정치전략 전문가 콘스탄틴 칼라초프는 "이 당은 현 정부와 대립하지 않고 진보적인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과거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러시아 공산당, 권력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통합러시아당, 블라디미르 지리놉스키(전 러시아 자유민주당 당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유민주당이 있다"며 "맥주는 보다 신뢰할 수 있다. 맥주는 영원하기 때문에 당신을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칼라초프는 "러시아인의 40%는 러시아의 어느 정당도 자신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라면서 "맥주애호가당은 이런 사람들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이미지출처=픽사베이]

당 대표로 선출된 사업가 세르게이 그리신은 자신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맥주애호가당은 알코올 중독자들의 당이 아니다. 맥주는 온라인이 아닌 직접 의사소통과 오락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맥주애호가당은 1994년 러시아 법무부에 등록돼 1998년까지 존재했던 실제 정당이다. 하지만 이 당은 활동 기간 동안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으며, 1995년 하원(국가두마) 선거에서도 0.62%의 미미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당시에도 현 사무총장 칼라초프가 맥주애호가당을 이끌었다. 당시 칼라초프는 러시아 매체 러시아비욘드에 "우리는 보드카 애호가, 즉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통제하는 정부에 반대한다"면서 "보드카는 침략과 전쟁을 일으키지만 맥주는 상호 이해와 평화, 선의를 상징한다"며 창당 이유를 설명했다.

오늘날의 맥주애호가당은 러시아 50개 지역에서 온 109명의 만장일치 지지를 받아 재창당 됐다. 하지만 아직 법무부에 정식 등록되지는 못했다. 칼라초프는 "등록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는 러시아에 살아있는 정치와 그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이 당과 함께한 예술가 세르게이 폴라코프는 "법무부 등록이 완료되면 더 많은 사람이 우리의 진정성을 믿고 더 유입될 것"이라며 "앞으로 지방 선거와 국가두마 선거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맥주애호가당 재창당 총회에 자리한 정치학자 미하일 비노그라프는 "이들이 진지한 사람들인지,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들인지, 괴짜들인지 보려고 했다"며 "그들은 괴짜들이고, 지금은 괴짜들의 시대"라며 당의 미래를 낙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폴란드에서도 1990년 이와 유사한 이념을 가지고 창당한 맥주애호가당이 존재했다. '반공'을 표방한 이 정당은 한때 36만 7106표를 얻어 16명의 의원을 배출해낸 정치적 성과를 거뒀으나, 이후 '술에서 깨고 제대로 된 정당의 모습을 갖추자'는 '큰 맥주'파와 '초심을 잃지 말고 세상을 맥주로 보자'는 '작은 맥주'파로 나눠 갈등을 겪다가 7년 만에 사라졌다.

이슈&트렌드팀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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