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부진·엔비디아 납품 지연…SK하이닉스 역전 '코앞'

실적 60% 견인 반도체 부진
삼성 DS부문 영업익 5.3조 전망
메모리시장 1위 뺏길 가능성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잠정실적이 시장의 전망치를 다소 밑돈 건 반도체 영향이 크다. 반도체가 삼성전자 실적의 약 60%를 견인하고 있는데, D램 가격 하락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부진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오는 31일 발표될 세부 실적에서 반도체 영업이익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밀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삼성전자가 잠정적으로 발표한 전 부문 영업이익은 9조1000억원이다. 증권업계는 이 수치와 최근 밝혀진 업계 사정, 정보들을 기반으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5조3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3분기에 회사가 들인 일회성 비용 등을 감안하면 최악의 위기에 이르지는 않았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 회복과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확대 영향으로 지난 2분기 영업이익(6조5670억원)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3분기에는 1조원가량 영업이익이 줄어든 셈이어서 호실적은 아니라는 냉정한 분석에 더 힘이 실린다.

시장 전망이 맞다면 삼성전자는 경쟁사 SK하이닉스에 영업이익이 추월당하면서 메모리 시장 1위 자리를 내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달리 올해 3분기에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시장은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8조1262억원, 6조7679억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호조에 힘입어 삼성전자 DS부문 실적과 비교해 영업이익이 약 1조4000억원 많을 것이란 얘기다.

SK하이닉스는 3분기에 D램 판매를 HBM 중심으로 개편해 출하량을 늘리고 고객사들과의 협력을 굳건히 하면서 HBM 시장 선두 자리를 공고히 해왔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확실한 전환점을 만들지 못했다. 올해 3분기 안으로 매듭지을 줄 알았던 5세대인 HBM3E의 엔비디아 퀄(품질)테스트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일각에선 지난 6~7월께 미국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 임원진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전자의 기술력과 엔지니어들의 능력을 의심하고 HBM3E 제품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는 후문도 나왔다. 후문의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이와 같은 이야기가 나온 건 삼성전자의 현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의 HBM3E 공급 여부를 확정 짓지 않는 가운데서 중국에 수출하는 저성능 제품에만 삼성전자의 HBM3를 쓰고 있다.

HBM 경쟁 판도가 뒤집힐 가능성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의 D램 1위 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전체 D램 매출은 전 분기(80억5000만달러) 대비 22% 증가한 98억2000만달러로 1위를 유지했지만, 점유율 2위인 SK하이닉스와의 격차는 1분기 12.8%포인트에서 2분기 8.4%포인트로 줄었다.

삼성전자로선 이달 말 확정실적을 발표하면서 내놓을 향후 청사진을 통해 확고한 계획을 내놓지 않으면 위기는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이날 별도 메시지를 통해 "단기적인 해결책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 마인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반도체 부문의 대대적인 쇄신과 혁신이 곧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산업IT부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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