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송승섭기자
국립공원이 음식물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국내 국립공원에 버려진 음식물쓰레기만 65t에 달한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모인 음식물쓰레기 양은 321t에 육박했다. 국립공원 음식물쓰레기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태선 의원실이 국립공원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리산 등 22개 국내 국립공원에서 나온 음식물쓰레기는 65t에 달했다. 국립공원의 음식물쓰레기는 2020년 29t, 2021년 41t, 2022년 48t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에도 33t의 음식물쓰레기가 배출됐는데, 현재 속도라면 지난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음식물쓰레기가 가장 많은 국립공원은 지리산이다. 2018년부터 지난 6월 말까지 총 66.3t의 음식물쓰레기가 나왔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2022년만 해도 지리산의 음식물쓰레기는 6~9t 정도였지만, 이후 관광객이 늘면서 지난해 13.4t의 음식물쓰레기가 나왔다. 다음으로 음식물쓰레기가 많은 국립공원은 총 25.8t이 배출된 덕유산이었고 설악산(25t), 한려해상(23.4t), 내장산(23.2t) 등이 뒤를 이었다.
국립공원 음식물쓰레기는 단순히 탐방객이 늘어난 탓은 아니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립공원 탐방객은 약 3945만명이다. 2021년(3590만명)과 2022년(3879만명)보다 증가했지만, 2019년(4318만명)과 비교하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수년 전보다 탐방객은 줄었는데 음식물쓰레기는 더 많아진 셈이다.
국립공원공단은 단체관광 급증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끝나고 국립공원 단체 관광 비율이 많이 늘었다”면서 “대규모 인원이 한 번에 국립공원을 찾으면서 각종 음식을 많이 들고 온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정 기조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애초 국립공원은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취사 시설 설치에 제약이 많았지만, 윤석열 정부가 국민 여가 생활을 강조하면서 지난해 공원 내 야영장이 크게 늘었다. 요리가 비교적 자유로운 야영장이 생겨나자, 음식을 챙겨오는 탐방객들이 많아졌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음식물쓰레기가 늘면 자연스레 불법투기 우려가 커진다는 점이다. 한라산이 대표적인 예다. 한라산은 2021년 대피소에 음식물 처리기를 설치했는데, 등산객들이 각종 쓰레기를 대량으로 버리면서 1000ℓ 용량에 달하는 기기가 넘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자 등산객들이 가져온 음식물쓰레기를 바닥에 버리는 등의 부작용이 생겼다.
음식물쓰레기는 한 번 버려지면 오염도가 높고 처리도 매우 까다롭다. 등산객들이 주로 버리는 라면 국물의 경우 다량의 염분이 포함돼 있어 토양을 오염시키고 청정한 물을 마시는 생물을 위협한다. 국립환경연구원에 따르면 라면 국물 150㎖를 희석하기 위해 물 1.41t이 필요하다.
국립공원의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태선 의원은 “음식물쓰레기는 국립공원의 소중한 자연유산을 훼손하고, 서식하는 동식물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등산객을 상대로 한 교육, 캠페인 강화와 함께 음식물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