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미국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견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두 달 만에 4%를 돌파했다. 11월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것이란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미 경제가 성장세를 지속하는 노랜딩(no landing·무착륙) 시나리오까지 고개를 들었다.
7일(현지시간) 글로벌 채권 시장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오후 4시41분 현재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5bp(1bp=0.01%포인트) 오른 4.03%를 기록 중이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를 돌파한 건 지난 8월 초 이후 두 달 만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보다 6bp 치솟은 3.99%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4%를 돌파했다가 현재 상승폭을 소폭 줄였다.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한 것은 지난 4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9월 고용 보고서 여파다. 노동시장 냉각 우려와는 달리 지난달 고용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확산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 신규 고용은 전월보다 25만4000건 증가했다. 지난 6개월 동안 증가폭이 가장 컸고, 시장 전망치(14만7000건) 역시 크게 웃돌았다. 지난 8월에는 비농업 신규 고용은 전월 대비 15만9000건 증가했다.
이 같은 고용지표 발표 후 Fed가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있는 11월 빅컷에 나설 것이란 전망은 소멸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11월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일주일 전 34.7%에서 이날 0%까지 낮췄다.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은 같은 기간 65.3%에서 84%,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0%에서 16%로 높아졌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확전 우려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도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유가가 올라 인플레이션이 반등할 경우 Fed가 금리 인하 행보를 중단하거나 금리를 다시 올릴 수 있어서다. 이날 글로벌 원유 가격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2.88달러(3.7%) 상승한 배럴당 80.93달러를 기록해 역시 지난 8월 말 이후 가장 높았다.
월가에서는 미 경제가 연착륙 또는 침체 전망을 모두 피하며 성장 모멘텀을 이어가는 노랜딩 시나리오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블룸버그의 앨리스 안드레스 환율·외환 전략가는 "인플레이션 징후가 잠복해 있고 노동시장 붕괴에 대한 우려는 거의 없다"며 "경제 모멘텀은 긍정적인 궤도에 있어 연착륙을 우회해 노랜딩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미 노동시장이 추세적으로 둔화되고 있어 9월 고용 보고서만으로 미 경기 상황을 진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TCW의 제이미 패튼 글로벌 금리 수석은 "이직률 하락, 자동차 대출과 신용카드 연체율 상승 등 전반적인 지표들이 고용시장 둔화와 경기 하강 위험을 지적하고 있다"며 "단일 지표가 노동시장이 전반적으로 둔화하고 있다는 우리의 거시 전망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