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박스오피스 점령한 '속편'…'할리우드의 생존 전략'

데드풀, 인사이드 아웃, 듄 등 IP 재활용

미국 박스오피스를 익숙한 얼굴과 배경들이 점령하기 시작했다. 할리우드 침체 위기 속에 영화사들이 흥행 보증 수표와 같은 기존 지식재산권(IP) 재활용을 생존 전략으로 채택하면서다.

CNBC는 6일(현지시간) "2024년 박스오피스는 속편, 프리퀄, 리메이크로 넘쳐났고 상위 10개 작품은 모두 기존 IP에서 나왔다"며 "이러한 프랜차이즈 열풍은 2025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CNBC의 지적대로 올해는 익숙한 얼굴들이 영화관 스크린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미국 박스오피스 매출 상위 10개 작인 ‘인사이드 아웃 2’ ‘데드풀 & 울버린’ ‘슈퍼배드 4’ ‘듄: 파트 2’ ‘트위스터스’ ‘비틀쥬스 비틀쥬스’ ‘고질라 x 콩: 새로운 제국’ ‘쿵푸팬더 4’ ‘나쁜 녀석들: 라이드 오어 다이’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모두 대작 블록버스터의 속편이거나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매출 상위 20개 영화 중 오리지널 콘텐츠로 분류되는 작품은 단 두 개에 불과했다.

4분기(10~12월)에도 ‘대세는 속편’ 공식은 확인된다. 이달 개봉한 ‘조커: 폴리 아 되’를 필두로 ‘글래디에이터 2’ ‘반지의 제왕: 로히림의 전쟁’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CNBC는 "업계 최고의 스튜디오들이 영화 티켓 판매를 늘리기 위해 친숙한 캐릭터와 배경을 재활용하고 있다"며 "2025년엔 6대 메이저 영화사 작품의 50~70%가 기존 IP를 활용한 작품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박스오피스의 프랜차이즈 의존성이 할리우드가 불황에 빠지기 전부터 상당했다고 지적한다. 2019년 유니버설 스튜디오, 워너 브러더스, 소니, 라이온스 게이트, 파라마운트, 20세기 폭스(디즈니 합병 전)가 개봉한 영화의 33~62%는 기존 IP를 재활용한 작품이었으며 특히 디즈니의 경우 10편 중 9편이 프랜차이즈 작품이었다.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가처분 소득을 더욱 깐깐하게 쓰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영화사들이 흥행 보증 수표와 같은 속편, 프리퀄, 리메이크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온라인 마케팅 연구 업체 콤스코어의 수석 미디어 분석가인 폴 더가라베디안은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잘 알려진 상품이 대부분의 청중에게 어필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영화 티켓 구매 여부를 결정할 때 예산 중심으로 계산하는 가족 관객은 친숙함이 주는 편안함을 원한다"고 분석했다.

‘데드풀 & 울버린’과 ‘인사이드 아웃 2’ 등 몇몇 작품이 히트하며 박스오피스 매출을 견인했으나 여전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은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콤스코어에 따르면 이들 프랜차이즈 영화들은 첫 9개월 동안 미국 박스오피스 매출을 63억달러(약 8조5000억원)로 끌어올렸으나, 이는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25% 감소한 수준이다. 월가는 2026년까지 박스오피스 티켓 판매가 100억달러를 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CNBC는 "지난해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의 파업으로 제작이 중단되거나 개봉이 미뤄진 여파"라며 "그래도 전문가들의 예상보다는 나은 성과다. 내후년 슈퍼 마리오, 토이 스토리, 슈렉, 듄 시리즈 등의 개봉 가능성을 고려하면 2026년은 엄청난 흥행 수익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국제부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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