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니는 회사, 언제 옮기는 게 좋을까요'…MZ들 줄 서는 사주카페

사주에 빠진 1030세대 "불안감 해소"
6개월간 상위 6개 운세앱 770만명 이용
전문가 "일종의 소비재…부정적 현상 아냐"

평일 오후 찾은 서울 광진구의 사주카페 거리. 길을 따라 사주와 타로를 볼 수 있는 매장이 이어져 있었고, 그 안에는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세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입소문을 타 온라인상에서 유명한 매장의 경우에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날 한 사주카페 앞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김모씨(27)는 "3년째 취업 준비 중인데 계속 결과가 좋지 않아서 답답한 마음에 지인들 추천을 받아 사주를 보려고 방문하게 됐다"며 "30분 정도 진행하면서 생각을 털어놓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들어보면서 필요한 조언을 들은 것 같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의 사주카페 거리.[사진=염다연기자]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사주부터 신점, 타로, 손금, 관상 등까지 보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청년 세대가 불안한 현실을 달래고자 역술에 의존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사주카페 거리에서 만난 1030세대는 모두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미래의 방향성을 잡기 위해 사주를 보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이모씨(30)는 "현재 직장에 머무르는 게 좋은지, 옮겨야 할지 판단이 잘 안 서서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하고 사주를 두 번 정도 보게 됐다"며 "올해보다는 내년 상반기에 움직이는 게 좋다는 얘기를 들어서 그렇게 준비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대학생 임모씨(24)는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마음이 심란해서 올해만 사주를 4번 정도 봐서 20만원은 쓴 것 같다"며 "큰 내용은 비슷하지만 풀이가 다 다르고, 취업운이나 적성운 등 볼 때마다 집중하는 부분을 바꿔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대학생부터 취업준비생, 직장인까지 수요가 다양하다 보니 용하다고 입소문 난 매장은 1년간 예약이 차 있는 경우도 있었다. 10년째 사주 집을 운영하는 임모씨(67)는 "최근 몇 년간 20대 중후반의 여성들이 가장 많이 왔고 보통 10대 후반부터 30대까지 젊은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며 "대부분 객지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취업이나 이사, 이직 등 자신의 환경을 바꾸려 할 때 불안한 마음을 해소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30년간 점집을 운영했다는 김모씨(63)도 "경기가 어렵다 보니 방문하는 고객 자체는 적어졌지만 젊은 세대들이 확실히 방문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직접 매장에 방문하지 않고 전화로 사주를 보거나 온라인을 통한 상담 등 비대면으로 행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사주풀이나 오늘의 운세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의 이용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집계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3~8월) 사용량 상위 6개 운세 앱의 1030세대 이용자 수는 772만6913명에 달한다. 3년 전과 비교해 92만명이 증가한 수치다.

단순히 사주나 타로를 보러 다니는 것을 넘어 직접 배우고 공부하려는 1030세대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직장인 김경민씨(25)는 "지난 2월에 사주를 보러 갔을 때 고민이 해소되는 경험을 해서 관심이 생겨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며 "도서관에서 관련 책들을 10권 정도 읽고 관상학도 함께 공부하면서 지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1030세대들이 사주를 현실의 불안감을 달래주는 일종의 매개체로 여기는 한편, 하나의 소비재로 인식하는 것이라 분석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과 함께 다양한 운을 볼 수 있다 보니까 일종의 게임처럼 소비되는 현상이 되고 있다"며 "여전히 사주나 점을 사회지도자나 엘리트 계층이 가장 많이 보는 상황에서 MZ세대의 방문이 많아지는 것에 대해 굳이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도 "젊은 세대들이 코로나19 이후 취업이든 결혼이든 잘 풀리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성취감을 얻기 어려워 사주나 타로에 의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심리적으로는 자기충족적 예언을 통해 더 열심히 하려고 하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효과가 있어 오히려 긍정적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교수는 "점을 보는 게 소모적이고 과학적이지 않다는 인식은 있지만, 심리학적으로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며 "지나친 과잉일반화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의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회부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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