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식스'로 갈아탔어요…매출 폭락에 전례 없는 위기 빠진 '나이키'

내달 '투자자의 날' 행사도 취소
도매 파트너십·직원 사기 회복 등 숙제

나이키가 1일(현지시간) 실적 발표에서 경영 위기를 재확인했다. 구원투수로 등장한 새 사령탑의 부임이 임박한 가운데 예정돼 있던 '투자자의 날' 행사와 연간 매출 가이던스도 철회했다. 새 경영 체제하에서 이뤄질 조직 개편과 전략 재설정에 회사의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날 나이키가 발표한 2025 회계연도 1분기(2024년 6월~8월)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115억9000만달러(약 15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10% 폭락했다. 전문가 예상치(116억4000만달러)를 밑돈 수준이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28% 감소하며 10억5000만달러에 머물렀다.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 매출이 14% 줄었으며, 중화권에서도 3% 떨어졌다. 이날 강보합 마감한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6%가량 급락했다.

전망도 좋지 않다. 나이키는 2025 회계연도 2분기(2024년 9~11월) 매출이 8~10% 감소하고 매출총이익도 약 1.5%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2025 회계연도 연간 매출이 10% 하락으로 마무리될 것이란 기존 실적 전망치도 철회했으며, 11월 예정된 '투자자의 날' 행사도 연기했다.

앱투스 캐피털 어드바이저의 주식 책임자인 데이브 와그너는 "이번 나이키의 실적에 꽤 실망했다"며 "수치상으로도, 투자자의 날을 취소한다는 질적 관점에서도 전혀 좋은 실적 보고서가 아니다"고 평가했다.

최근 나이키는 격동의 시기를 겪고 있다. 지난달 존 도나호 최고경영자(CEO)가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임을 발표했고, 나이키에 32년간 몸담았던 전직 임원 엘리엇 힐이 지휘봉을 잡게 됐다. 당시 수장 교체 소식에 주가가 시간 외 거래에서 8%가량 뛰며 시장의 환호를 반영했으나 신임 CEO 앞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특히 나이키 제품을 판매해온 업체들과의 도매 파트너십 회복, 잇따른 구조조정으로 저하된 직원들의 사기 진작, 혁신적인 신제품 출시 등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도나호 CEO 체제하에서 나이키는 풋라커와 같은 신발 전문 판매업체가 아닌 자사 웹사이트와 매장을 통해서만 제품을 판매하도록 한 결과 경쟁사들에 시장 점유율을 많이 빼앗긴 상황이다. 미국 1위 리셀 플랫폼인 스탁엑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나이키 및 조던 시리즈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한 반면, 경쟁사인 아식스와 아디다스는 각각 600%, 90%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은 "나이키는 도나호 체제하에서 연간 매출이 31% 이상 늘었지만, 이는 에어포스 1, 에어 조던 1과 같은 기존 프랜차이즈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낸 결과"라며 "한정판 조던 시리즈들의 희소가치가 떨어져 품귀현상도 옛말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매튜 프렌드 나이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콘퍼런스콜에서 "투자자의 날 행사 연기를 통해 엘리엇은 임직원과 소통 창구를 다시 연결하고, 현재 사업 전략과 동향을 평가하고, 2026 회계연도 이후 사업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다만 시장 전반에 걸쳐 새로운 제품과 혁신을 도입하고 확장할 계획이기 때문에 당분간 총 마진은 전년 대비 감소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국제부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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