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까지 파는 편의점'…롯데 유통군의 파격실험

세븐일레븐, 패션·뷰티 특화 매장 첫 선
하이마트, 1인가구 겨냥 '더나노스퀘어' 첫 선

롯데유통군 계열사들이 서울시 동대문 복합문화공간 '던던'에서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세븐일레븐은 사상 처음으로 뷰티, 패션 특화 매장을 열었고, 롯데하이마트는 1인 가구에 특화된 체험형 매장 '더 나노 스퀘어'를 처음 선보인다.

편의점에서 후드티, 화장품도 판매한다

지난 27일 방문한 '세븐일레븐 동대문 던던점'은 매장을 이동할 수 있는 지하 1층 에스컬레이터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았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공간은 패션, 뷰티 존으로 기존 세븐일레븐 매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제품들이 매대에 진열돼 있었다.

매장 한견에 마련돼 있는 패션 뷰티 존 모습. [사진=이민지 기자]

패션 부문에는 스트릿웨어브랜드 '뭉'과 협업한 맨투맨과 후드티, 양말 전문 브랜드인 '삭스탑'이 선보이는 알록달록한 색상의 양말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가짓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세븐일레븐의 창립 연도 등이 담긴 협업 제품을 찾아볼 수 있었다. 뷰티 부문에는 '마녀공장', '메디힐', '셀퓨전씨', '더마비' 등 4곳의 브랜드들이 매대를 차렸다. 이들은 기초 스킨케어 전문 브랜드로 클렌징 제품, 바디 케어 제품, 스킨케어 제품 등을 판매한다. 입점한 제품들에 대해서는 주기적으로 교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세븐일레븐이 패션과 뷰티 특화 매장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에는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먹거리 부문에 공을 들여왔지만, 상권별로 소비자들의 수요가 세분되고 있는 만큼 판매 제품을 다르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동대문을 첫 패션, 뷰티 특화 매장으로 선택한 이유는 동대문 특성상 외국인 방문객 비율이 높고 패션과 뷰티 부문에 관심이 큰 MZ(밀레니얼+Z세대) 세대의 유동이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고객이 세븐일레븐이 선보인 의류 제품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새로운 패션 뷰티 경험 욕구가 있는 국내 MZ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이 주요 타깃"이라며 "최근 편의점들이 화장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는데, 편의점이 '이러한 것도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이구나'를 알릴 수 있는 첫 시작점이다"고 말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패션 부문의 경우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이 제한적인 탓에 패션 특화 매장이라기보다는 '굿즈(기념품)'를 판매하는 개념에 더 가까워 보였다. 뷰티 부문의 경우에도 외국인과 국내 어린 소비자들이 동대문까지 외출해 큰 펌프 통에 담겨 있는 바디 워시나, 손바닥만 한 통에 담긴 토너 패드를 편의점에서 구매해 집이나 숙소에 들어가기까지 들고 다닐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들었다.

특히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좋은 마녀공장이나, 메디힐 등의 제품은 외국인들의 관광 코스로 알려진 명동, 성수, 홍대 등에 위치한 H&B 매장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품목이다. 나아가 세븐일레븐 던던점 바로 아래인 지하 2층에는 올리브영이 있어 품목이나 용량의 차별화기 필요해 보였다.

세븐일레븐이 처음 선보이는 즉석피자 간편식.[사진=이민지 기자]

세븐일레븐은 편의점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K-푸드코트'와 PB상품을 별도로 전시한 '세븐셀릭트존', 캐릭터 밸리곰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시설', 와인과 맥주 등 주류 경쟁력을 갖춘 '리쿼뮤지엄'등도 함께 선보인다. 푸드코트에서는 3분 만에 즐겨 먹을 수 있는 즉석 피자 제품을 처음으로 판매한다.

세븐일레븐은 이번 던던점을 통해 개개인의 취향과 경험을 고려한 상권별 맞춤형 특화 매장을 선보여 나갈 방침이다. 이번에 처음 선보인 패션, 뷰티 특화 점포는 MZ소비자들의 방문이 많고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지역을 선별해 점포 운영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하이마트 빠진 '더나노스퀘어'…쇼룸으로 MZ 소비자들 '취향 저격'

롯데하이마트는 '더나노스퀘어'라는 이름으로 지하 1층, 지하 2층 두개의 층에 걸쳐 특화매장을 선보였다. 더나노스퀘어는 1인 가구 구성비가 높은 동대문 상권의 특징을 고려해 만든 이름으로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가전 라이프 스타일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더나노스퀘어 뷰티 쇼룸 모습. 뷰티 관련 가전 기기들이 배치돼 있다.[사진=이민지 기자]

이번에 선보인 매장은 기존의 하이마트 콘셉트를 모조리 버린 모습이었다. 기존 하이마트 매장들은 입구를 시작으로 양옆에 빼곡하게 가전들이 채워져 있지만 더나노스퀘어는 가전제품이 칸막이 선반에 꼭꼭 숨겨져 있었다. 하이마트 하면 떠오르는 고유의 색상인 주황색, 빨간색도 매장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매장은 기존 매장과 비슷한 크기인 320평(1057㎡)으로 ▲쇼룸 ▲라이브러리 ▲일렉소사이어티 존으로 구성됐다. 라이브러리는 가구와 가전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소비자들이 깔끔하게 정돈된 은색 선반에서 가구와 가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쇼룸에서는 가전을 어떻게 인테리어 할 수 있는지, 또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전이 무엇이 있는지 등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게끔 유도했다. 매장의 타깃 고객층이 젊은 1인 가구인 만큼 음악과 영상, 뷰티, 게임, 홈쿡 등 MZ소비자들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다섯개의 쇼룸을 선보인다.

쇼룸은 각 키워드에 맞춰 크레이에터와 협업해 공간을 구성했다. 예컨대 지하 2층에 위치한 뷰티 테마 쇼룸에서는 인기 뷰티크리에이터 '시네'와 협업해 뷰티 파우더룸을 선보였다. 렌즈 살균기, 히팅 뷰러, 샤크 드라이어 등 기존에 오프라인 가전 매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새로운 기기들을 고루 배치했다. 또 관심이 가는 상품에 대해서는 QR로 제품 가격 등을 알 수 있게끔 유도한 모습이었다.

더나노스퀘어 입구 모습. 오른쪽이 가전들이 진열돼 있는 라이브러리존이다. [사진=이민지 기자]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매장이 타깃 하는 고객층에 맞춰 기존에 하이마트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제품들이 많다"며 "더나노스퀘어에서 선보이는 제품 중 30% 이상이 새롭게 선보이는 제품으로 중소기업들의 판매 채널 확장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렉소사이어트존은 전자제품 액세서리, 비가던 라이프 스타일 편집숍 등을 팝업 스토어로 공간을 구성해 나갈 방침이다. 현재는 빈티지 디지털카메라 편집숍인 'OXO 카메라'의 빈티지 카메라와 서촌의 소품 편집숍인 '꽁뜨와 드 미라벨'의 리빙 소품 팝업이 진행 중이다.

나아가 하이마트는 주요 상권 고객층의 성향 등에 맞춘 특화형 매장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김종성 상품전략실장은 "기존 매장은 20대부터 60대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했다면 앞으로는 고객층을 세분화해서 접근해 나갈 것"이라며 "지역들의 상권을 고려해 이런 매장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유통경제부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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