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아침에 선생님에서 보조요리사 신세'…저출산에 유치원 줄도산[中돋보기]

유치원 한해 1만4000여곳 폐업
어린이 숫자도 500만명 이상 감소

한때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산아제한정책을 펼쳤던 중국이 가파르게 진행 중인 저출산 기조로 유치원들이 줄도산하고 있다. 특히 도시화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지방 중소도시 유치원들의 폐업이 잇따르면서 유치원 교사들의 실업문제도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문 닫는 유치원들, 해고 당하는 교사들

절강성에 위치한 중국 유치원. 사진=바이두

중국 란징경제는 안후이성에 사는 유치원 교사 샤오하이씨와 항저우 첸탕구 사립유치원 교사였던 루루씨의 목소리를 전하면서 "많은 유치원이 어린이 감소와 관리 부실로 인해 곤경에 빠졌다. 일부 유치원은 문을 닫았고 유치원 교사들은 전근하거나 해고될 수밖에 없었다"고 보도했다.

란징경제에 따르면 중국 안후이성에 사는 유치원 교사 샤오하이씨는 유치원에서 전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의 수가 급감했으니, 구내식당 주방 직원으로 전근하라는 내용이었다. 샤오하이씨는 "하루아침에 유치원 교사에서 보조 요리사가 됐다"고 했다.

항저우 첸탕구 사립유치원 교사였던 루루씨는 지난 7월 유치원은 문 닫았으며, 한달 전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루루씨는 아이들이 적어져 유치원 상황이 많이 안 좋아졌고 많은 교사가 일자리를 잃었고 했다. 그는 "유치원이 상장사라 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많은 유치원 교사들이 보상받지 못할 것"이라면서 "돈을 지불할 수 없는 일부 유치원은 교사들에게 자발적으로 사직하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발표된 중국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작년 기준 27만4400개의 유치원이 있으며 4092만9800명의 어린이가 다니고 있다고 후난일보는 보도했다. 2022년과 비교하면 1만4800개 유치원이 사라졌으며, 어린이는 534만5700명 감소했다. 지난 1년 동안 하루 평균 40개의 유치원이 문을 닫은 것이다. 교사 수도 1년 사이에 17만 명 감소했다. 국가통계성명서에 따르면 2022년 324만4200명이던 교사가 2023년 307만3700명으로 줄어들었다.

란징경제는 "올해 8월 헤이룽장성 다칭시에서 8곳의 유치원이 폐교한다고 발표했다. 7월에는 장시성 교육체육국은 학생 감소 및 기타 사유로 6개의 유치원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며 "작년 11월에는 하이난성 시는 4개 구에 있는 총 33개 사립유치원을 폐교한다고, 8월 안후이성 교육국은 50개 지역 사립 유치원 운영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고 전했다.

유치원 감소 현상, 출생률 감소 탓만은 아냐

중국매일경제신문은 유치원 감소에 대해 전문가들이 출산율과 도시화의 가속화를 꼽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문 닫은 유치원의 공통점은 사립이거나 외딴 지역에 위치한 국공립유치원이라고 짚었다. 광둥, 저장, 허난 등 지역은 오히려 유치원 수가 늘어났다는 것. 예컨대 저장성의 경우 사립유치원은 2022년에는 4300개였지만, 작년 기준 3600개로 줄었다. 반면 공립유치원은 1267개가 증가했다.

공립유치원은 사립유치원에 비해 수업료가 저렴하고, 교육 분위기가 좋다고 평가된다. 공립유치원은 학기에 3000위안(56만5500원) 미만, 사립유치원은 한 달에 2000~3000달러(약 263만원~395만원)이다. 부모들은 외국어, 다양한 악기 등을 배울 수 있지만 감당하지 못하는 수업료 때문에 사립유치원을 뒤로한 채 공립유치원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농촌 지역의 사립유치원은 도시화 과정에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중국 다수 매체에 따르면 중국 교육 전문가들은 유치원 감소 현상은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2021년 출생아 수는 1062만명, 2022년 956만명, 2023년 902만명으로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 중국의 문 닫은 유치원은 양로원으로 바뀌거나 인근의 초등학교 건물로 다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전국교육사업회의는 매일경제신문에 "인구와 사회구조의 변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라며 "인력과 공간의 재배치 등 조정에 대한 시급한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기획취재부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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