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정말로 몰라서 그랬어요'…지하철 부정승차 근절 나선 코레일

지난해 부정승차 33만건 육박
코레일, 23일부터 집중단속 돌입
빅데이터로 부정사용 고객 단속

"정말로 몰라서 그랬어요."

25일 오후 5시께 찾은 서울 용산역. 개찰구를 통과한 한 승객이 자기 교통카드를 건너편 일행에게 건네는 모습이 포착됐다. 뒤이어 일행이 해당 카드로 개찰구 진입을 시도하자 "이미 승차 처리가 된 카드"라는 음성이 역사 내에 울려 퍼졌다. 역무원이 이들을 제지하기 위해 다가서자 "지하철도 버스처럼 교통카드 하나로 다인승차가 가능한 줄 알았다"며 다급한 해명이 돌아왔다.

26일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수서역 역무원이 개찰구 앞에서 부정승차 단속을 하고 있다.[사진=이지은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이 부정 승차로 인해 매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자 단속의 칼을 빼 들었다. 코레일은 지난 23일부터 4일간 수도권 8개 도시철도 운영기관과 합동 단속에 나섰다.

이날 서울 용산역 역무원들은 2인 1조로 조를 꾸려 개찰구 두 곳을 지키고 섰다. 이들은 승객들이 교통카드를 태그할 때마다 개찰구 LED에 불빛이 들어오는 모습을 응시했다. LED 색을 보고 우대용 교통카드 부정 소지자를 잡아내기 위해서다. 우대용 교통카드는 개찰구 태그 시 LED 등에 빨간 불빛이 표시된다. 일반 고객은 초록색 불빛이 들어오며 청소년은 파란색, 어린이는 노란색으로 색상이 구분된다.

용산역 역무원은 한 20대 남성 승객이 카드를 태그한 뒤 LED 등에 빨간불이 뜨자 개찰구 앞으로 다가섰다. 해당 승객이 만 65세 이상 노인 또는 장애인, 유공자 등 우대용 교통카드 발급 대상에 속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 승객은 장애인 복지 카드를 보여준 뒤 개찰구를 통과했다.

일부 승객은 단속에 걸리기에 앞서 미리 부정 승차 사실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20대 여성 승객이 역무원에게 다가와 "교통카드가 인식되지 않아서 카드를 찍지 못하고 전철에 탑승했다"고 말한 뒤 현장에서 열차 티켓을 결제했다.

26일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수서역 역무원들이 승객들을 향해 부정승차 근절 플랜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이지은 기자]

용산역 역무원은 "미리 사실을 고하고 현장에서 결제를 요청하는 고객들을 '선의(善意)무표' 고객이라고 한다"며 "부정 승차자의 경우 1회권 운임에 더해 30배의 부가 운임을 추가 부과하지만, 선의 무표 고객은 1회 운임만 회수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단속을 피하고자 유동 인구가 적은 시간대를 노리는 꼼수 승객도 있다. 이튿날인 26일 오전 서울 수서역 분당선 개찰구에서 단속하던 역무원은 "보는 눈이 적은 이른 새벽 또는 오후 시간대에 어린이 교통카드를 사용한 청소년이 종종 적발되곤 한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싼 가격에 열차를 탈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청소년 교통카드를 돌려쓰던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부정 승차가 적발된 승객들이 현금이 없었다거나 몰라서 그랬다는 변명을 가장 많이 한다"고 토로했다.

코레일은 이 같은 부정 승차 승객으로 인해 재정적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해 코레일이 집계한 승차 단속 적발 건수는 32만9959건으로 확인됐다. 이 중 약 32만7000명은 부정 승차 사실을 자진 신고했지만, 승객 2000여명은 할인권 부정 사용과 승차권 미소지로 부과운임을 물었다.

역무원들이 단속과정에서 겪는 애로사항도 상당하다. 한 역무원은 "부정 승차로 적발된 것에 불만을 품고 역무원에게 고성과 욕설을 내뱉거나 폭행을 하는 승객들이 있다"고 토로했다.

코레일은 부정 승차 근절을 위해 대대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단속 효율을 높이고자 최근에는 무임 교통카드 기록이 담긴 빅데이터도 활용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특정 무임 교통카드가 평일 출퇴근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 단속 강화에 나선다"며 "이 밖에도 부정 승차 방지 홍보를 위해 현수막과 포스터도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부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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