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중국이 대규모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달러 대비 역외 위안화 가치가 16개월 만에 최고치에 올랐다.
25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역외 달러·위안 환율은 장중 달러당 6.9951위안까지 밀렸다가 이후 7위안 선을 다시 넘어섰다. 역외 달러·위안 환율이 7위안을 밑돈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이는 달러 대비 역외 위안화 가치가 강세를 보인다는 뜻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중국인민은행이 전날 지급준비율(RRR·지준율)을 비롯,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까지 인하하기로 하는 등 시중에 강한 유동성 공급 대책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
여기에 미국이 지난 18일 4년 만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에 나서며 미국 기준금리가 연 4.75~5.0%로 낮아진 점도 역외 위안화 강세에 영향을 줬다. 미국 금리 인하에 사실상 중국 기준금리인 1년 만기 LPR(연 3.35%) 간 금리 차가 크게 좁아졌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의 9월 소비자신뢰지수가 98.7로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미국 콘퍼런스보드(CB) 발표도 달러 대비 역외 위안화 강세에 일부 한몫했다.
일각에서는 달러 약세로 중국 수출업체가 보유한 달러 보유 자산을 매도하면서 역외 위안화 가치가 당분간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당국은 역외 위안화 가치 상승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자국 통화가치가 단기간에 급등할 경우 수출에는 악재 요인으로 작용하는 탓이다. 이는 올해 5% 안팎 성장 달성을 목표로 한 중국 당국의 구상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이에 따라 블룸버그통신은 위안화 랠리가 지속될 경우 중국인민은행이 통화 선물 거래에 대한 외환위험준비금을 현행 20%에서 0%로 낮추는 등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외환위험준비금이란 중국 은행들이 선물환 거래를 할 때 인민은행에 1년간 무이자로 예치해야 하는 금액으로,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 방어를 위해 2015년 도입한 제도다.
다만 미즈호 은행의 켄 청 수석 아시아 외환 전략가는 중국의 내수 부진 우려는 여전한 만큼 위안화 랠리가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책에 중국 본토 및 홍콩 증시는 이날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2.13% 오르는 중이다. 같은 시각 홍콩 항셍지수, H지수는 각각 2.01%, 2.32% 상승하며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