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째 묻혀 있던 사연' 납북피해자 가족 찾아냈다

통일부 납북자대책팀, 피해가족 찾아내
김씨 "하나 남은 형마저 북한에 빼앗겨"
'1972년 납북' 김순식씨 가족 지원 결정

<i>"형이 그리웠지만, 그저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이겠거니 했지요…"</i>

정부가 52년 전 동해상에서 납북된 우리 국민의 가족을 찾아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지원을 결정했다. 과거 실태조사 당시 대상자에서 벗어난 피해자를 통일부가 추가 발굴한 것이다.

경기 파주시 임진각 국립 6·25전쟁납북자기념관에서 열린 제10회 6·25 납북희생자 기억의 날 행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통일부 납북자대책팀은 전후납북자 김순식씨의 남동생 김모씨의 소재를 파악하고 조사를 거쳐 전후 납북피해자의 가족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통일부는 지난 4월부터 경찰청과의 협력을 통해 소재 불명 등 이유로 지금껏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한 납북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왔다. 김순식씨는 1972년 5월 동해상에서 납북됐다.

통일부는 지난 12~13일 제60차 납북피해자 보상 및 지원 심의위원회를 열고 김순식씨의 동생 김씨를 전후 납북피해자 가족으로 인정하고, 피해위로금을 지원하기로 심의·의결했다.

김수경 차관은 이날 오전 김씨를 만나 납북피해자 가족으로 겪어야 했던 어려움을 위로했다. 2007년 4월 전후납북자법이 제정되고 2011년까지 피해위로금 지급을 위한 실태조사도 있었지만, 김씨는 생계를 위해 바쁘게 지내느라 아무런 정보와 지원도 얻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부모님께서 아홉 명의 자식을 낳았지만, 일곱 명은 어려서 세상을 떠났다"며 "형과 나만 살아 지냈는데, 북한에 형마저 빼앗기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형이 그리울 때마다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신청하고 싶었지만, 결국에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이겠거니 하고 말았다"며 "통일부에서 전화를 받고 형의 이름을 들었을 때 가슴이 먹먹해졌다"고 했다.

김수경 차관은 "긴 세월 마음의 고초가 컸을 텐데 지금이라도 가족을 찾게 돼 너무 다행스럽다"며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책무를 이제야 조금이라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수경 통일부 차관이 24일 전후납북자 김순식씨의 동생 김모씨를 만나 위로를 전하고 있다. 통일부 납북자대책팀은 경찰청과의 협력으로 납북피해자 가족들의 소재를 파악하고, 정부의 지원에서 벗어나 있던 대상자를 발굴하고 있다. [사진제공=통일부]

한·미·일 3국은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당시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 의지를 확인했고, 통일부는 이를 계기로 장관 직속 납북자대책팀을 신설했다.

납북자대책팀은 지난해 11월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선교사 등 억류자 가족에게 피해위로금을 지원했으며,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 가족들의 소재를 찾고자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후납북자는 모두 516명, 이 가운데 남측에 가족이 없거나 소재 불명 등 이유로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 경우는 98명이다. 납북자대책팀은 경찰청과의 협력으로 연고지 정보가 파악된 41명에 대해 현지 탐문을 진행했고, 오는 11월까지 추가적인 조사·확인을 지속할 방침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으로 국민 공감대를 확산하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치부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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