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세 카드' 남발…'참모들조차 혼란스러워 해'

자녀세액공제·팁 면세는 해리스와 공통분모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감세 공약을 너무 남발해 참모들조차 혼란스러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보도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현지시간) "팁을 받는 근로자, 아르바이트생, 노인에 이어 민주당 텃밭의 고소득 주민까지 트럼프 감세 공약의 수혜자가 되게 생겼다"며 "이들 공약 중 몇이나 법으로 제정될 수 있을지는 그의 고문들조차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미국 중도우파 싱크탱크 조세재단(Tax Foundation)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이 실제로 이행될 경우 향후 10년간 감면되는 세금 규모만 11조달러(1경4600조원)에 이른다. 특히 2017년 소득세·법인세 인하 조치의 영구화와 자녀세액공제로 인한 감세 규모가 각각 4조3000억달러, 3조달러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감세는 정부의 재정수입 감소를 의미하므로 지나칠 경우 재정적자를 초래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공식 경제고문으로 알려진 스티븐 무어 헤리티지 재단 선임 연구원은 이에 대해 "트럼프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노동계급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의 공약 중에는 좋은 아이디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디어도 있다"고 평가했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감세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중산층 보호에 초점을 맞춘 '기회경제'를 기치로 내걸며 신규 주택 구매자에 2만5000달러 지원, 신규 중소기업 세금 공제액 10배(기존 5000달러→5만달러) 상향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팁 면세' 공약을 차용한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두 후보 모두 중산층 표심을 잡기 위한 자녀세액공제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해리스 캠프는 신생아에 6000달러(약 803만원), 6세 이하 자녀는 연간 3600달러의 세액 공제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자녀가 17세가 될 때까지 매해 자녀 한 명당 3600달러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트럼프 캠프는 소득 제한 없이 자녀 한 명당 5000달러의 연간 세액공제가 이뤄지도록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은 1997년 중산층 부모의 양육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녀세액공제를 도입했다. 정책 도입 초기에는 17세 미만 자녀 한 명당 400달러의 세액 공제를 지원했으나, 트럼프 1기 시절 세법 개정을 거쳐 현재는 공제 수준이 2000달러(약 267만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지난해 자녀세액공제 지원에만 1220억달러(약 163조4000억원)가 투입될 정도로 상당한 재정 부담을 안고 있는 정책이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선 학계의 회의적인 시선과 비판이 끊이질 않는 실정이다.

에리카 요크 조세재단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건전한 세금 정책과 경제 원칙은 더는 운전석에 있지 않다"며 "유세 현장에서 선명하고 듣기 좋은 말만 들리는 이유도 정치가 운전대를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는 감세가 촉진할 경제 성장과 최대 2조8000억달러의 추가 관세 수입이 감세의 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구체적인 방법과 설명은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의 초당적 연구 그룹인 펜 와튼 예산 모형(PWBM)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산안이 향후 10년 동안 연방 재정적자를 5조8000억달러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감세 영구화로 인한 재정적자가 4조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자녀세액공제 및 근로소득세액공제 확대로 인해 2조1000억달러의 적자가 날 것으로 파악됐으나, 법인세율 인상으로 절반가량의 비용이 상쇄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법인세 인상의 경우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국제부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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