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청산가능 엔캐리 자금만 300조원, 변동성 유의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엔화 기반 캐리 트레이드 자금(엔캐리 자금) 잔액이 506조6000억엔(4704조원)에 달하며 이 중 청산가능성이 높은 엔캐리 자금만 32조7000억엔(300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엔캐리 자금 청산이 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최근 엔캐리 트레이드 수익률 변화와 청산가능 규모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의 주요 요인으로 엔캐리 자금 청산이 꼽힌다.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 국가의 통화로 차입해서 고금리 국가의 통화로 환전한 후 해당 국가에 투자해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전략을 뜻한다. 일본은 2016년 이후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유지해온 데 비해 미국은 최근 몇년 동안 금리를 비교적 높게 유지하면서 엔화와 달러 간 캐리 트레이드 시장이 커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일본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미국은 내리면서 엔캐리 자금이 청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한은은 엔캐리 자금을 비상업 엔화 선물 순매도 포지션과 글로벌 은행의 엔화 대출, 일본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등 크게 3가지로 정의했다. 이 자금의 전체 추정 규모가 4704조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들 자금이 장기 추세에서 벗어난 정도를 청산 가능한 엔캐리 자금 규모로 추정했는데 이는 전체 엔캐리 자금의 6.5%인 300조원 정도로 계산했다.

한은은 향후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가 지속될 경우 엔캐리 트레이드 유인이 축소되면서 그간 누적된 엔캐리 자금이 일부 청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청산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우리도 유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투기적 목적 등이 강한 엔화 선물 거래의 경우 투자 시계가 짧아 글로벌 충격을 외화 파생상품 시장에서 즉각 반영하므로 그 청산 속도도 가장 빠를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은행의 엔화 대출은 외화 파생상품보다 대출 포트폴리오 조정에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소요되고 투자시계도 더 길다는 점에서 일정한 시차를 두고 청산될 것으로 판단했다. 과거 2008년과 2020년의 두 번의 경제 위기 시에는 장기추세를 상회하는 엔캐리 자금이 약 4~5분기에 걸쳐 청산된 바 있다.

일본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는 연기금, 보험사 등 장기시계로 투자하는 투자자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조정이 가장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관계자는 "엔캐리 자금 흐름이 글로벌 금융 사이클에 주요 동인(main driver)은 아니지만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엔캐리 자금 흐름을 보다 면밀히 모니터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금융부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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