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株 부진의 끝 어디…'업황 우려 실체 곧 나온다'

외국계 증권사 매도 보고서 등 투심 악화
경기 둔화 시 조정 이어질 가능성 여전
"마이크론 실적이 변수…지금 하락 과도할 수도"

메모리 업황 우려에 반도체 주가가 침체에 빠져있다. 증권가는 경기 둔화에 따라 추가 하락이 남았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면서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실적 발표(25일 현지시간)를 통해 반도체 업황 우려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반도체 지수는 전거래일 종가 기준 3255.47을 기록하며 지난 7월 고점 대비 32.03% 내렸다. 같은 기간 전 업종 지수 중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특히 이 지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SK하이닉스(-34.81%), 삼성전자(-29.51%), 한미반도체(-37.56%) 등이 급락했다.

이 같은 반도체 업종의 약세는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외국계 증권사인 모건스탠리의 반도체 업황 부진을 전망한 보고서에 투심 악화가 증폭되기도 했다. 박석현 우리은행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경기 정점 통과 우려에 지난달부터 외국인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약 8조9000억원을 순매도했다"며 "반도체 업종의 올해 및 내년 이익 전망 하향 본격화 위험이 부각되고 있다"고 짚었다.

증권가에선 미국 시장에서 반도체 주도주인 엔비디아가 흔들리면서 추가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강대승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엔비디아와 같이 인공지능(AI) 관련 혁신기술로 미래를 선도하는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 감속은 기업의 가치 평가 하락 및 주가 내림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반도체 주도주의 매출액 증가율은 현실 경기의 부진에 영향을 받아 추가로 줄어들 수 있다"면서 "최근 구인율과 실업률 간의 관계가 실업률이 급하게 상승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반도체 주가의 향방을 가늠하기 위한 시장의 관심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과잉 우려로 주가 조정을 겪은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로 쏠리고 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은 지난 분기 실적 전망치 부진에 따른 낙폭을 심화한 데 이어, 최근 D램 공급 과잉 및 단가 하락이 예상돼 주가가 부진했다"고 언급하며 "이번 실적 발표는 반도체 업황 우려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이벤트로 국내 반도체 투심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이번 주 실적을 발표하는 마이크론의 투자 기조가 중요해 보인다"고 짚었다. 다만 이 센터장은 현재 반도체 주가가 리스크를 과도하게 반영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메모리의 수급 균형이 과거처럼 급격히 붕괴하는 궤적은 아닐 것"이라며 "메모리 업체들이 무분별한 투자 확대에 나서지 않는다면 '메모리의 겨울'은 꽤 멀리 있다고 본다. 지금은 오히려 가격적 메리트가 높아진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증권자본시장부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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