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N번방’ 겪고도 2년간 텔레그램에 협조 못구한 방심위…딥페이크 사태에 '다시 물을 것'

N번방 사태 2019년 말 언론 보도
방심위, 텔레그램 협력 의사 2년 후 전달
그마저도 회신 안돼 당시 대상 포함 안돼

2019년 말 'N번방 사태'에서도 성 착취 영상 유통 창구로 '텔레그램'이 사용됐지만, 피해를 지원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년 후에야 시정요청 협력대상으로 포함하려고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협력대상이 되면 동영상 삭제 등 시정요청할 경우 해당 플랫폼이 협조할 의사가 있다는 뜻인데, 방심위가 사태 발생 후 2년간 협조 의향조차 묻지 않았다는 얘기다. 방심위의 뒤늦은 요청은 텔레그램의 미회신으로 무위에 그쳤다.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방심위로부터 받은 답변에 따르면 방심위는 2019년 말 N번방 사건이 발생한 후 2년이 지난 2022년 10월 텔레그램에 대한 시정요청 협력 의사를 물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정요청은 방심위가 원정보 삭제 등을 해당 플랫폼에 요구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플랫폼이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지만, 정부 요청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해외 플랫폼 시정요청 협력대상은 2020년 1월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 등 5개에서 2022년 10월 이후 틱톡, 텀블러, 핀터레스트, 미디엄, 윅스, 왓패드 등 6개가 추가되면서 총 11개로 늘어났다. 이들 플랫폼의 시정요청 이행률은 최근 5년 평균 88.46%로 높은 편이다. 요청 대상에만 포함돼도 범죄 확산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방심위가 텔레그램에 시정요청 협력 대상에 포함하려고 한 건 2022년 국제협력단 출범 이후다. 해외 플랫폼과 협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공식조직을 만든 게 계기가 됐다. 방심위가 텔레그램에 디지털성범죄정보 시정요구한 건수는 2021년 28건에서 2022년 59건, 2023년에는 161건으로 급증했으며 올 들어선 7월까지 78건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 원정보를 삭제한 이행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N번방에 이어 올해 텔레그램이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 유통 창구로 또 한 번 주목받자 방심위는 시정요청 협력 대상에 텔레그램을 다시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텔레그램과의 연결이 직통번호가 아닌 이메일이라는 점은 한계다. 텔레그램이 무응답할 경우 대응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정요청 협력 대상 이행 결과 관리나 직접 전화 소통이 가능한 핫라인 구축 등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시정요청 협력대상에 포함돼도 사업자의 이행 결과 회신 여부와 내용이 일정치 않아 방심위가 직접 모니터링하는 실정이다. 텀블러, 핀터레스트, 미디엄, 윅스, 왓패드 등 5개 플랫폼의 경우 이메일로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방심위 관계자는 "시정요청과 별개로 심의 이전 디지털성범죄정보가 선제적으로 삭제될 수 있도록 텔레그램 등 해당 사업자에 자율규제를 요청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N번방 사건 이후 2020년 2월 방심위는 텔레그램에 133개 단체 대화방에 대한 자율규제(통신심의 전 불법 콘텐츠 삭제)를 요청했으며 이에 텔레그램은 87개(63.5%) 대화방을 삭제조치했다. 방심위는 당시 삭제되지 않은 대화방에 대해선 긴급회의를 통해 접속 차단했다.

이해민 의원은 "N번방 사건 이후 우리 정부는 텔레그램 측 이메일 주소를 알아내는 데만 5년이 걸렸고 소통도 이메일로 한다"며 "디지털성범죄 영상은 신속하게 삭제·차단하는 게 중요한 만큼 전화 핫라인 구축, 국내 대리인 지정 확대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산업IT부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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