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간병 힘들어'…치매 아내 살해한 80대 항소심도 징역 3년

치매에 걸린 70대 아내를 4년간 병간호해오다 살해한 80대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 3년이 선고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1부(고법판사 문주형 김민상 강영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앞서 피고인과 검찰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경기도의 거주지에서 70대 아내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자식들에게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60여년을 함께한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도 생을 마감하려고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애초 아내에게 독성이 있는 약을 먹게 했으나,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아내의 목을 조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A씨는 스스로 같은 약을 먹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현재 기억력 저하 등을 겪으며 수용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 밖에 피고인과 검사가 주장하는 양형 요소들은 원심이 그 형을 정하는 데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앞서 1심은 "피고인이 자신과 60여년을 함께한 배우자를 살해한 것으로 살인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를 지닌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라며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 범죄"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피고인은 4년 전부터 알츠하이머를 진단받고 고도 치매로 거동이 불편한 피해자를 성실히 부양했다"며 "고령으로 심신이 쇠약한 피고인이 피해자를 돌보는 것이 한계에 도달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사회부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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