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MO 2024]'세계 매출 1위 藥' 키트루다, 말기 위암 환자 더 오래 살린다

HER2 양성 위암 대상 키트루다 병용요법
'KEYNOTE-811' 임상연구 최종결과 공개

5년 생존율 6%까지 떨어지는 위암 말기 환자
기존 표준치료법 뛰어넘는 효과 확인

면역관문억제제라는 특성을 살려 수십 가지의 암에서 효과를 보이면서 '세계 1위 매출 의약품'의 왕좌를 차지한 MSD의 키트루다가 2024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미충족 수요가 높았던 말기 위암에서도 치료 효능을 입증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사라 로나르디 이탈리아 베네토종양학연구소 박사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2024 유럽종양학회(ESMO) 둘째날인 14일(현지시간) 키트루다의 HER2 양성 위암 환자 대상 임상시험인 '키노트(KEYNOTE)-811'의 최종 추적관찰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이춘희 기자]

사라 로나르디 이탈리아 베네토종양학연구소 박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2024 유럽종양학회(ESMO) 둘째 날인 14일(현지시간) '진행성 또는 전이성 인간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HER)2 양성 위암에 대한 키트루다와 트라스투주맙(허셉틴) 및 화학요법에 대한 3상 연구인 키노트(KEYNOTE)-811 연구의 최종 전체 생존율'에 대한 발표에서 "이번 임상 데이터는 프로그램화된 세포 사멸 단백질(PD)-L1 발현이 나타난 절제 불가능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위암 환자에게서 키트루다 병용요법을 1차 치료법에서의 표준 치료법으로서 확인하는 연구"라며 위암 치료에서 키트루다의 우수성에 대해 강조했다.

키트루다는 지난해 매출 250억1100만달러(약 33조원)로 글로벌 의약품 시장 매출 1위를 차지한 블록버스터 약으로 꼽힌다. 면역항암제라는 장점을 살려 위암 외에도 폐암, 두경부암 등 수십 가지 암종에 효과를 발휘하면서 치료 영역을 계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키트루다는 암세포가 우리 몸속의 면역 체계를 속이기 위한 가짜 통행증을 무효화해 암을 치료한다. 암세포는 면역세포인 T세포가 자신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PD-L1이라는 단백질을 만든다. PD-L1이 T세포의 PD-1 단백질과 맞물리면 T세포는 암세포가 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 없어 공격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키트루다는 자신이 먼저 T세포의 PD-1 단백질과 결합함으로써 이를 무력화해 T세포가 정상적으로 암세포를 적으로 인식해 공격할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T세포와 암세포의 결합 자체를 방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다양한 암에 대한 치료가 가능한 것이다. 국내 기준으로만 17개 암종에서 허가받았다.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이 중 이번 연구 대상인 위암은 '한국인의 암'으로 불릴 정도로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발생률이 높은 암이다. 한국은 국가암검진사업을 통해 위내시경 검사를 쉽게 받을 수 있어 조기 발견이 늘어나면서 사망률이 계속 개선된다는 평가지만 발견이 늦을 경우 여전히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암이기도 하다. 암이 위의 점막을 뚫고 다른 부위로 전이되는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암 단계(말기)가 되면 5년 생존율은 6% 수준까지 감소한다. 말기로 진단된 환자 100명 중 약 95명이 5년을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이 같은 위암에서 표적항암제로 쓰이는 타깃은 현재로서는 HER2가 유일하다. 암세포는 생존을 위해 PD-L1에도 HER2 등 다양한 돌연변이를 만들어내는 데 위암 환자 중 15~20%에서 HER2 변이가 관찰된다. 이에 HER2를 타깃하는 트라스트주맙을 항암화학요법과 병용하는 요법이 표준치료법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약 15년 전 등장한 요법인 만큼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컸다.

여기에 국내 연구자인 라선영·정현철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키트루다 병용요법을 들고나오며 새로운 가능성이 제시됐다. 국내에서 HER2 양성 위암 환자 43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자 임상시험 '판테라(PANTHERA)'를 통해 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여기에 미국에서도 비슷한 임상 결과가 나오면서 MSD에서도 총 69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임상 3상 키노트-811을 시작하게 됐다.

사라 로나르디 이탈리아 베네토종양학연구소 박사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2024 유럽종양학회(ESMO) 둘째날인 14일(현지시간) 키트루다의 HER2 양성 위암 환자 대상 임상시험인 '키노트(KEYNOTE)-811'의 최종 추적관찰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이춘희 기자]

올해 ESMO에서 공개된 결과는 이 연구의 최종 추적 관찰 연구 결과다. 앞서 38.5개월까지 추적관찰이 진행됐는데, 이번에는 약 4년간인 50.2개월간 추적 관찰한 결과가 나왔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2월 중간 결과를 토대로 키트루다의 적응증이 확대된 바 있다. 다만 아직 국민건강보험 급여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번 최종 연구 결과에서 PD-L1과 HER2가 모두 양성인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키트루다 병용군은 무진행 생존 기간 중앙값(mPFS)은 10.8개월, 전체 생존 기간 중앙값(mOS)은 20.1개월로 각각 대조군의 7.3개월과 15.7개월 대비 유의미한 개선을 확인했다. mPFS는 임상 참여자 중 절반이 암의 진행 또는 재발 없이 생존한 기간을 뜻하는 수치이고, mOS는 참여자 중 절반이 최종적으로 생존한 기간을 뜻한다. 두 지표 모두 항암제 효능 평가의 주요 지표로 쓰인다.

위험비는 각각 0.79와 0.72로 나타났다. 기존 요법에 키트루다를 추가할 경우 환자의 암 재진행 위험은 21% 줄고, 사망 위험은 28% 줄었음을 뜻한다. 이는 앞서 공개됐던 기존의 중간 추적 관찰 결과들과 유사한 수치로 키트루다 병용요법의 치료 효과 안정성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1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24 유럽종양학회(ESMO) 현장에서 발표된 키트루다의 HER2 양성 위암 환자 대상 임상시험인 키노트-811의 최종 생존기간 연구 결과. 기존의 표준치료법인 트라스투주맙(허셉틴)·항암화학요법 병용요법에 키트루다를 추가할 경우 전체생존기간(OS)가 위약군 대비 3.2개월 증가한다는 점을 확인했다.[사진=이춘희 기자]

특히 이번 발표에서는 그동안 유의미한 개선이 도출되지 않아 공개되지 않았던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한 OS 결과도 처음 공개됐다. 이번 임상에는 키트루다가 타깃하는 PD-L1이 발현된 환자(594명) 외에도 음성 환자 104명이 함께 참여했다. 기존에는 PD-L1 발현 환자를 대상으로 한 그 결과 여기서도 키트루다 병용군은 mPFS 10.0개월, mOS 20.0개월로 위약 병용군의 8.1개월과 16.8개월 대비 유의미한 개선을 처음으로 입증했다. 위험비는 각각 0.80과 0.73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중기벤처부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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