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TV 토론에서 이민자들을 겨냥해 "그들은 개·고양이를 먹는다"고 발언하면서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트럼프 후보의 이런 주장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 일각에선 과거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벌어진 한 사건으로 말미암아 생긴 해프닝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오하이오 캔턴에선 한 여성이 고양이를 끔찍하게 죽인 뒤 시신을 먹는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져 지역 사회의 불안을 야기한 바 있다. 현지 경찰은 해당 사건 보고서에서 "피의자는 고양이의 신체 부위를 훼손한 뒤 그것을 먹기 시작했다"고 작성했다. 당시 이 여성의 모습을 포착한 경찰 보디 카메라 이미지도 공개됐다.
그러나 이 사건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와전되기 시작했다.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가 해당 사건 이미지를 두고 "아이티계 이민자들이 개, 고양이 등을 먹고 있다"는 취지로 게시글을 써 퍼뜨린 것이다. 그러나 사건의 피의자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국 시민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 가짜뉴스가 오하이오의 아이티 이민자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데 있다. 오하이오 도시 스프링필드는 아이티계 커뮤니티가 발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현지 매체는 트럼프 후보의 발언 이후 아이티계 이민자들을 향한 괴롭힘이 늘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이티 이주민들의 소식을 전하는 '아이티안 타임스'는 "일부 아이티계 부모들이 대선 TV 토론 이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며 "주민들은 집 앞에서 괴롭힘, 폭행, 협박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아이티 커뮤니티가 위치한 도시인 스프링필드 당국도 반발하고 나섰다. 여러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스피링필드 시 당국자들은 매체에 '이주민들이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믿을만한 보고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한편 스프링필드는 인구 5만8000여명의 소도시이지만, 최근 약 3년간 1만5000명의 아이티계 이민자가 유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만성적인 정국 혼란, 군부 독재 등으로 안정화될 틈이 없는 아이티는 지난 십수년간 고국을 등지고 탈출하는 이민자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2010년 대지진으로 인해 20만명이 넘는 희생자가 나오면서, 이같은 인도주의적 위기는 더욱 가속화됐다.
그러나 미국에서 새 삶의 터전을 꾸리려는 아이티계 난민들과 현지 주민 사이의 갈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오하이오주에선 운전면허 없는 아이티인이 차를 몰다가 스쿨버스를 들이받아, 11살 아이 1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