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주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메시지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앞서 대출 관련 발언으로 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판이 불거지자 이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홀에서 이 원장은 국민연금, 한국거래소와 함께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을 개최하고 기자들과 만나 백브리핑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눈에 띄는 장면이 등장했다. 이 원장이 메모를 보며 토론의 의미 등을 설명한 것이다.
이 원장은 달변가이면서 거침없는 화법으로 유명하다. 취임 후 기자들 앞에 서는 자리에서 메모만 읽거나 모호한 답변을 주는 경우는 없었다. 출입 기자들이 이 원장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런 이 원장이 기자들 앞에서 메모를 들고 백브리핑에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이 원장의 화법으로 인해 정책의 일관성(신뢰)이 무너진다는 비판이 나오자 자중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원장은 앞서 은행장 간담회가 열렸던 10일에도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 시장에 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하면서 메모를 읽었다.
이것 또한 금융당국 안팎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 원장이 도의적 책임이 아니라 스스로 일으킨 혼란에 대해 사과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이 은행장 간담회에서 사과한 것을 보고 금융권 인사는 "금감원장이 직접 사과를 한다니 놀랍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원장의 발언으로 논란이 불거진 적은 과거에도 있었다. 올해 상반기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 논의가 화두로 떠올랐을 당시 이 원장은 '배임죄 폐지' 카드를 꺼냈다. 이에 재계와 금융투자업계 양측에서 상법 개정과 관련된 논의가 '배임죄 폐지'로 소급되기도 했다. 금융위 등에서 정해진 바 없다며 수습하며 곤혹스러워했지만, 당시 이 원장은 사과하지 않았다.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이 원장의 답변도 신중해졌다.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을 마치고 이 원장은 밸류업과 관련해 국민연금의 국내 투자 확대에 대한 질문을 받자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이 충분히 말한 것 같고, 그것으로 답변을 갈음하겠다"라고 말했다. 일부 질문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식으로 답변을 피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공매도, 주가조작과 같이 법 준수와 관련된 정책은 직접적이고 분명한 화법이 효과적이지만, 가계대출은 전통적으로 금융위에서 창구 지도를 통해 세심하게 관리하는 영역이었기 때문에 금감원장 화법의 후폭풍이 컸던 것 같다"며 "금감원장 화법에 장단점이 있으므로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