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기업대출 주춤…'속도조절'로 건전성 관리

지난 4월 10조원 웃돌던 기업대출 증가 규모…8월엔 4.6조 증가
3~4조원 대기업 대출 증가 규모도 1조원 수준으로 급감
연간 자산증가율 관리 필요성 대두…기업대출 위험 관리도 필요

금융당국이 9월들어 은행권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대출 증가세도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요 시중은행이 상대적으로 건전성 관리에 유리한 대기업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왔지만, 지난 8월 큰 폭으로 감소했다. 당국의 예상과 달리 가계대출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연간 자산증가율 관리와 적극 늘려온 기업대출에 대한 위험 관리도 필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8월 기업대출 잔액은 822조8715억원으로 7월 대비 4조643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들어 기업대출 증가폭은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왔다. 특히 지난 4월에는 잔액 증가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서면서 1월 770조원 수준이던 기업대출 잔액이 5월에는 800조원을 넘어섰다.

월별로 보면 지난 3월 8조4408억원 증가한 기업대출 잔액은 4월 10조8940억원, 5월 7조2776억원, 6월 8조251억원, 7월 6조880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대기업 대출은 3월 3조2753억원, 4월 6조1377억원, 5월 3조2445억원, 6월 4조4165억원 증가했고 7월과 8월에도 각각 3조1910억원, 1조782억원 늘었다. 전반적으로 대기업 대출이 기업대출 잔액을 크게 끌어올린 셈이다.

다만 8월부터 기업대출 증가폭이 주춤한 모습을 나타냈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포함한 중고기업 대출 증가규모가 3조원대였던 반면 대기업 대출 증가 규모가 약 1조원으로 감소한 결과다.

기업대출이 감소한 배경으로는 가계대출 급증에 따라 연간 자산 증가 목표치에 여유가 줄어든 점이 꼽힌다. 개별 금융회사마다 연간 자산성장률을 설정해 대출을 관리하고 있지만, 지난 8월의 경우 10조원가까이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기업대출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들어 지난 8월까지 5대 은행의 원화대출 증가 규모는 88조 5000여역원으로 지난해 연간 증가규모 63조5000여억원을 큰 폭으로 웃돌고 있다.

위험가중자산(RWA)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높아지면서 대표적인 자본 건전성 지표이며 손실 흡수 능력을 나타내는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대출이 주담대보다 위험가중치가 높기 때문이다. 상반기 4대 금융지주의 CET1은 KB금융 13.59%, 신한금융 13.05%, 하나금융 12.79%, 우리금융 12.03%였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꾸준히 기업대출을 늘려왔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건전성 지표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또한 예상과 달리 하반기들어 가계대출이 급격하게 늘면서 전체 대출 규모를 조절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경제금융부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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