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영인턴기자
서로 간 이혼 의사를 명백히 밝힌 상태라면 이혼 전 다른 이성을 만나도 '부정한 행위'로 볼 수 없을까.
12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최근 남편과 협의 이혼을 하기로 했다는 아내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1남 1녀를 둔 결혼 18년 차 부부다. 2년 전 남편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식당을 열어 주말부부로 지내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A씨는 "집에 올 때마다 남편은 짜증과 함께 '돈 걱정'을 하며 저와 아이들을 들들 볶아 정말 힘들었다"면서 "그러던 중 남편이 '협의 이혼하자'고 해 저도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와 1억 원을 주고 양육비로 매달 200만 원을 달라'는 조건을 달아 이혼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산분할과 양육비 협의로 갈등을 겪었고 결국 협의 이혼 대신 법원 판단을 받기로 결정했다. 이혼 소송 중이던 어느 날 A씨는 우연히 남편 태블릿 PC에서 협의 이혼 이야기를 할 즈음 남편이 식당 매니저와 바람피우는 정황을 발견했다. 이를 본 A씨가 따지자 남편은 "당신도 이혼에 동의해 그 이후 여자를 만났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화를 냈다. A씨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대로 순순히 이혼해줘야 할까요?"라며 조언을 구했다.
이에 신고운 변호사는 "민법 제840조 제1호(배우자에게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의 재판상 이혼 사유인 '부정한 행위'는 어느 한쪽이 부부의 정조 의무, 성적 순결 의무를 지키지 않은 모든 행위를 말한다"며 "반드시 성관계만을 전제로 하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 그 예로 "고령이고 중풍으로 정교 능력이 없어 실제 성행위를 하지 않았지만 배우자가 아닌 자와 동거를 한 행위는 배우자의 정조의무를 위반한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이상 혼인 관계를 지속할 의사가 없고 이혼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면 '서로에게 더 이상 정조 의무, 성적 순결 의무를 강제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며 "이혼 의사의 합치가 있었던 이후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 것을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의 경우에는 "'조건부 이혼 의사 표시'로 '다른 이성과 정교 관계가 있어도 묵인한다'는 의사로 보긴 어렵다"며 "남편의 불륜 행위는 재판상 이혼 사유인 '부정한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협의 이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 전이나 이혼 소장을 접수하기 전부터 남편과 상간녀가 불륜 행위를 하고 있었다는 증거를 확보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부간 이혼 의사가 합치된 상태라면 서로의 정조의무를 더 이상 강제하지 않으므로 바람피웠다 하더라도 부정행위로 볼 수 없지만 A씨의 경우 조건부 이혼 의사만으로 남편의 바람을 묵인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이는 '부정한 행위'로 간주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