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수첩]美 경기침체 위험 속 적절한 투자 철학은

유신익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축소,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AI) 기업의 벨류에이션 부담."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심화시키고 있는 세 가지 배경이다. 이들 배경은 주기적으로 시장에 불안·우려를 증폭시키며 양호한 금융시장 흐름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중 필두는 단연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다. 특히 미국은 지난 3~4년간 서비스업 중심의 호조세를 보여왔다. 그런 만큼 이런 경기침체 우려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위협할 수 있는 매우 큰 불안 요소로 지목된다.

주요 지표를 살펴보면 지난 7월 미국의 채용 공고 수는 767만건으로 2021년 1월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구인비율(구인 건수를 총취업자 수와 구인 건수의 합으로 나눈 것)도 4.6%에 그쳤다. 2022년 3월의 구인비율은 7.4%에 달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미국의 고용시장이 2년간의 활황기를 뒤로 하고 이제는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고 해석해도 무방할 것이다.

다만 이런 고용지표 상의 어려움이 실제인지, 착시인지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제를 대변하는 고용시장이 실제 불황으로 전환됐는지, 혹은 과열 후 정상화되는 과정인지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단 얘기다. 현재 미국의 고용 관련 지표는 정상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테면 4.6%를 기록한 지난 7월 미국 구인비율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직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오히려 지난 2년간 과할 정도로 뜨거웠던 고용지표를 경험한 투자자들이 현재 지표가 정상적인 수준임에도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이를테면 겨울철 따뜻한 동남아시아 여행을 다녀온 뒤 과도할 정도로 추위를 느끼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이 지점에서 고민해야 할 것은 '정상 수준인 현재 고용상황이 더 악화할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연방정부는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하는 점이다. Fed의 많은 인사들은 이제 물가 목표 2%를 기다리지 않고 고용 악화를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고 있다.

물론 미국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현재로서 구체적인 확장 재정정책을 마련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대선이 끝난 이후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더라도 결국 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투자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경기침체에 대한 해석보단 앞으로 나타날 '정책의 전환'이다. 고용지표가 과열 수준에서 정상화되어가고 있고, 수개월 뒤면 미국 대선이 종료돼 Fed와 연방정부의 정책 공조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미 벌어진 상황에 대한 부정적 해석보다는, 대선 이후 2025년 미국 경제의 재회복세를 고려해 호황을 맞을 산업에 주목하는 게 합리적이다.

미국 대선 이후 경기 침체 우려가 수그러들면 일본의 엔 캐리 트레이드 축소 우려, AI 기업에 대한 과도한 밸류에이션 부담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은 항상 걱정과 우려를 머금고 성장하는 금융시장의 환경 속에서 자신의 투자 스타일에 적합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적절한 기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