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맨 폭스바겐, 정리해고는 피할 듯

경영난으로 창사 이래 첫 공장폐쇄 위기에 몰린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정리해고는 피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8일(현지시간) 독일 매체 빌트암존탁 인터뷰에서 "할아버지가 폭스바겐에서 일했던 직원도 있다"며 "나는 그들의 손자도 여전히 이곳에서 일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비용 절감 방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에 추가 긴축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앞서 폭스바겐은 지난 2일 독일 내 공장을 최소 2곳 줄이고 1994년부터 유지해온 고용안정 협약도 해지하겠다고 발표했다. 2026년까지 100억유로(약 14조8000억원)로 책정한 비용 절감 목표를 40억∼50억 유로 더 높인다는 게 경영진의 계획이었다.

독일 제조업의 상징인 폭스바겐이 고육지책으로 국내 공장 폐쇄 거론하자 정치권에서는 각종 구제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모습이다. 연방정부는 법인이 구매하는 전기차에 지급했던 보조금을 일부 되살리기로 했다. 사회민주당(SPD)에서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하해 생산비용을 줄이거나 주4일제 근무로 정리해고를 막아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유럽연합(EU)의 전기차 전환과 내연기관차 규제 정책이 폭스바겐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며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계획을 폐기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친기업 성향 자유민주당(FDP)의 크리스티안 뒤어 원내대표는 "자동차 업체의 발목을 잡는 불합리한 유럽 정책이 위기의 원인"이라며 "EU의 요구가 정신 나간 관료주의로 이어졌지만 단 1g의 이산화탄소도 줄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티에리 브르통 EU 내수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9일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 인터뷰에서 "기후 목표와 경쟁력의 조화가 필수적"이라면서도 유럽 업체들이 소비자에게 전기차의 매력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폭스바겐 그룹은 이날 재무 담당 이사를 교체하고 골프·티구안·투아렉 등 폭스바겐 대표 모델의 가격을 최대 2500유로(약 371만원) 인상하기로 하는 등 자구책을 내놨다. 한델스블라트는 "올해 초만 해도 가격 인상 계획이 없었다. 범위와 인상 폭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공장 직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dpa통신은 자회사 아우디의 벨기에 브뤼셀 공장 직원들이 미래 계획을 소상히 설명할 것을 촉구하며 차량 약 200대의 열쇠를 훔쳤다고 현지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폭스바겐은 지난 7월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아우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Q8 e트론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폐쇄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약 3000명이 근무하는 이 공장에서는 직원들이 천막을 치고 반대 농성을 벌이고 있다.

국제부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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