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리기자
미 대선에 개입하려는 러시아 측이 우익 성향의 미 온라인 채널에 거액의 콘텐츠 제작비를 제공한 것이 확인된 가운데 지금의 미국 정치 인플루언서는 냉전 당시 옛 소련에 동조해 사회 분열을 조장했던 '쓸모 있는 바보'(useful idiot)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은 미 법무부가 지난 4일 미 테네시주에 본사를 둔 우파 성향 미디어 기업 테닛 미디어에 불법적으로 자금을 지원한 혐의로 러시아 국영방송 RT 직원 2명을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유튜브는 테닛 미디어 등 우파 성향 4개 채널을 차단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RT 직원들이 유령회사를 통해 우익 미디어 기업가 로렌 첸이 운영하는 테닛미디어에 1000만달러(약 133억원)를 지원하고, 미국의 정치적 분열을 증폭시키기 위한 온라인 영상을 제작하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러시아 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지명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에 의문을 제기하고 성 소수자(LGBT) 운동을 비판하길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테닛 미디어의 해설자들은 이런 러시아 측의 의도대로 행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해설자는 지난달 방송에서 "우크라이나는 민주당의 자금 지원을 받는 우리의 적이다. 다시 강조하자면, 지금 우리나라의 큰 적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이들은 러시아와의 연관성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CNN은 "러시아 정부는 오랫동안 미국인을 이용해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작전을 수행해 왔으며, 그 목적은 미국 내 분열 조장을 통한 러시아 이익 증진이었다"며 "특히 최근 몇 년간 러시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이 제공하는 익명성을 활용해 미국의 우파와 좌파 사회 운동에 침투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미 국가정보국장실(ONDI)의 고위 관리는 "러시아의 공작이 과거의 대선보다 더 정교해졌다"며 "러시아가 미국 내 여론을 흔들기 위한 선전과 분열적 서사를 온라인상에서 진정한 미국인의 목소리인 것처럼 탈바꿈시키고 있다. 특히 대선 경합 주 여론이 주요 표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터넷 관측소 연구 관리자 출신인 르네 디레스타는 "국가 단위의 행위자는 다양한 영역에서 방송과 소셜미디어를 모두 이용한다"며 "현재 러시아는 여러 전략을 병행한다. 이제는 언론인이 아닌 인플루언서가 가장 '쓸모 있는 바보'로 활용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