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리기자
자녀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 탐구 표준점수를 높이기 위해 2025학년도 수능시험을 접수했다는 학부모들의 인증 글이 잇따르는 가운데 전문가가 해당 방식은 표준 점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6일 SBS는 김태윤 계명대학교 통계학과 명예교수와 함께 과학 탐구 응시자를 한 사람이라도 더 늘려 자녀가 표준 점수를 조금이라도 높게 받도록 도와주겠다는 학부모들의 전략이 유효한지 모의실험을 진행했다. 실제 수능 표준 점수 산출 방법대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응시자가 1000명인 과목에 학부모 200명이 응시해 전원 0점을 맞아 깔아줄 경우 상위권인 1·2등급 표준점수는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1점 낮아지는 결과가 나왔다.
김 교수는 SBS에 "평균 점수를 낮춰서 상대적으로 학생들의 점수가 높아지게끔 하려는 것이지만, 또 그만큼 표준편차가 커진다"며 "(서로) 상쇄돼서 10~20점 상승하기보다는 소폭으로 오르거나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위권 표준점수를 1점 더 높아지게 하려면 적어도 학부모 500명이 같은 과목에 응시해 전원 0점을 맞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승우 변호사는 SBS 인터뷰를 통해 해당 전략은 조직적으로 수능 점수를 조작하는 행위로 간주돼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앞서 수능 원서 접수가 시작된 지난달 22일부터 입시 관련 카페에는 과학 탐구 영역에 원서를 접수했다는 학부모들의 인증 글이 이어졌다. 수능 접수 마지막 날이던 지난 6일 한 학부모 A씨는 "95학번 엄마가 아들 25학번 만들어 보려고 한강에 물 한 바가지 붓는 중"이라며 "지구과학 45점 받고 2등급이라고 괴로워하는 아이 보니 마음이 다급해졌다. 망설이시는 분들 얼른 다녀오시라"라고 이야기했다.
지난달 30일 다른 학부모 B씨는 "우리 아이들 화1, 생1 표준점수는 엄마가 지켜줄 거야"라며 "국·영·수까지 보긴 힘들 것 같아 4교시만 접수했다. 1~3교시 집중 기도할 수 있는 시간 확보한 것도 벌써 든든하다. 망설이고 계신 학부모님들 함께 하자"라고 말했다.
이처럼 학부모들이 수능 과학 탐구 영역에 응시하는 이유는 이른바 '사탐런' 현상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사탐런'은 주요 상위권 대학이 의학 계열을 포함한 자연 계열 학과의 탐구영역 선택과목으로 사회탐구 과목도 인정하면서 이과 학생들이 사탐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과학 탐구 대신 사회탐구 과목을 선택하는 공대 및 자연 계열 지원 학생이 대폭 늘어난 것을 뜻한다.
지난 6월 모의고사만 해도 과학탐구영역 물리학Ⅰ, 화학Ⅰ,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 응시자 수는 전년보다 과목별로 4000~1만 2000명 가까이 줄었다. 반면 사회탐구 과목 중 사회·문화는 지난해 6월 모의고사보다 2만 4000명 이상 늘어나는 등 동아시아사 과목을 제외한 8개 과목의 응시자가 증가했다.
중하위권 수험생들이 과학 탐구에서 사회탐구로 전환하면 그만큼 1~2등급을 받을 수 있는 인원도 줄어든다. 따라서 학부모들이 응시 인원이 적은 탐구과목에 저득점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자녀들에게 성적 향상 효과가 있길 기대하며 잇따라 과학 탐구에 응시 원서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응시생이 받은 원점수가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표준점수 특성상 평균이 낮아지면 그만큼 고득점자의 표준점수가 높아진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