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기자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는 가운데 한국은 코로나19 전후로 서비스업 교역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무역구조가 다변화되고 있어 여러 가지 기회 요인이 존재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랄프 오싸 세계무역기구(WTO)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경제조사·통계국장은 4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브레턴우즈 개혁위원회가 공동 개최한 '2024 세계 경제와 금융안정 컨퍼런스'에 참석해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오싸 국장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을 중요한 무역 파트너로 두고 있는 만큼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교역 환경에 있지만 (미·중 갈등과 같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한국엔 여러 기회가 존재한다"며 "많은 국가들이 구매 혹은 조달 국가를 중국만이 아니라 다른 국가까지 포함하는 '차이나+1' 전략을 통해 다변화하고 있는데, 한국이 그 플러스 원 국가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오싸 국장은 코로나 전후로 한국의 서비스업 부문 교역이 증가한 점을 짚었다. 그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부분은 (한국의 무역에 있어서) 제조업만이 아니라 서비스업 부문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한국은 이 분야에서 코로나19 전후를 비교했을 때 거의 두 배 가까이 교역규모를 증가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분야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서비스 부문 성장에 대해 경제적 다변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규칙 기반의 다자간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싸 국장은 "코로나 기간 첫 번째 락다운 조치가 발생한 이후 세계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될 수 있었던 건 개방적인 교역 질서가 존재했기 때문"이라며 "경제안보 측면에서 규칙 기반의 다자교역 시스템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싸 국장은 향후 유럽의 거시경제 상황이 세계 경제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주 발표될 미국의 노동 통계를 통해 미국의 경제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있겠지만, 더 큰 위험 요소는 유럽의 경제 상황"이라며 "10월쯤 유럽의 경제성장률이 업데이트될 때 기존 전망에서 약간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다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위험 요인으로는 지경학적 위기로 전 세계 교역이 분절화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현재와 같은 지경학적 리스크가 지속될 경우 세계 경제에 있어 실질소득의 5%가량이 감소할 수 있다"며 "다자주의적이고 규칙 기반의 세계 무역 질서가 유지돼야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빈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