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선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만났다. 협치를 내세우면서도 정쟁 사안에 대해서는 신경전을 벌였다. 한 대표는 민주당의 검사 탄핵 움직임을 두고 "이 대표의 판결 불복 빌드업"이라고 꼬집었지만, 이 대표는 제3자 추천 방식과 증거 조작 의혹 등도 수용할 테니 여당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제시하라고 압박했다.
한 대표와 이 대표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여야 대표 회담을 진행한다. 한 대표는 약 13분간, 이 대표는 약 18분간의 모두발언을 마치고 비공개 회담을 시작했다. 비공개 회담은 양당 정책위의장과 수석대변인이 배석해 3대3 방식으로 90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회담 의제는 채 상병 특검법, 금융투자소득세,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25만원 지원법) 등이다.
한 대표와 이 대표 모두 협치와 민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대표는 비쟁점법안을 따로 처리하는 '민생 패스트트랙' 설치를 제안했다. 그는 "11년 만에 열리는 여야 대표 회담이 이견을 좁히고 공감대를 넓히는 생산적·실용적 정치의 출발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민생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주거격차, 자산격차, 돌봄격차, 교육격차를 줄이고 좁히는 정치를 하자"고 말했다. 이 대표는 "생각과 입장이 달라도 대화와 타협 통해서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게 바로 정치"라며 "여야 공통공약을 위한 협의기구 등을 만들어 공통공약을 처리하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여야가 대치하는 사안을 두고는 신경전을 벌였다. 이날 비공개 회담 의제이기도 한 25만원 지원법을 두고 한 대표는 '현금 살포'라고 비유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은 현금 살포를 민생 대책이라고 말하지만 쓸 수 있는 혈세는 한정적"이라며 "모두에게 획일적으로 똑같은 복지가 아니라 모두의 필요에 맞춰진 복지를 하겠다는 게 국민의힘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는 "전 국민에게 소비 쿠폰을 주는 민생회복지원금도 적정선에서 대화와 타협이 되면 좋겠다"며 "(25만원 지원법은) 자영업자, 골목상권, 지방을 살리고 세수 증대에도 도움이 되는 효율적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금투세를 두고도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한 대표는 "1대 99식의 국민 갈라치기 프레임은 개미투자자 모두를 피해 보게 하고 기업 폐업으로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냉혹한 현실 앞에 설 자리는 없다"며 "이 대표도 금투세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계셔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는 "(금투세를) 일정기간 대폭 완화해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면 좋겠다"면서도 "한국의 주식시장이 비정상이라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가진 금투세를 지금 시행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보완하자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사 탄핵을 거론하면서 판결 불복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최근 이 대표를 수사한 검사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기각됐다"며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수사나 기소에 관여한 검사를 상대로 한 민주당의 탄핵을 곧 예정된 이 대표에 대한 판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으로 보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곧 나올 재판결과들에 대해 국민의힘은 설령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선을 넘는 발언을 자제하겠다"며 "민주당도 재판불복 같은 건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라면서 한 대표를 겨냥했다. 이 대표는 "(한 대표가) 증거조작 의혹도 채 상병 특검법에 포함하자고 했는데, 하자"며 "이제 결단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은 자신이나 개인 주변의 문제 때문에 국민적 대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잘 아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서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번 회담 의제에서 의료대란이 빠진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의료대란 문제는 국민 생명 문제다. 손바닥으로 가리고 안 보려고 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다"며 "의료계획 기본 방향인 정원을 늘리고 필수 의료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것에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정책의 추진 단계에서 대화와 양해, 타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 대표와 이 문제에 대해서 충분한 대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의료개혁도 결국 민생을 위한 것이지만, 당장의 의료공백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도 중요하다"며 "당 대표로서 의료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유지하면서 당장의 국민들 염려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