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다연기자
최근 19명의 사상자를 냈던 경기도 부천 호텔 화재 당시 최초 발화점으로 보이는 호텔 810호 객실은 투숙객이 없었다. 이에 경찰과 소방 당국은 합동 감식을 통해 담뱃불과 같은 실화 가능성보다는 빈 객실에서 누전이나 에어컨 스파크 등을 가장 유력한 화재 원인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동작구 빌라 화재, 29일 부산 북구 노래연습장 화재 역시 전기적 요인이 화재 원인으로 추정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발생한 화재 3625건 중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는 1202건이다. 화재 발화 요인 중 가장 많은 36%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발화 요인으로는 미확인 단락, 절연열화, 트래킹, 과부하 과전류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 같은 화재 피해가 계속되는 이유는 올여름 '역대급 폭염'으로 인한 가전기기 누전의 비중이 크다. 에어컨·선풍기 등 냉방기기를 장시간 가동하다 보면 콘센트 등과 접촉 불량 혹은 전선끼리 달라붙어 합선되며 과도한 전류가 흐르는 등의 상황이 벌어져 화재로 이어지게 된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는 2022년부터 1만건을 넘어섰다. 2020년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5년간 전체 발생한 화재 건수는 4만837건, 이로 인한 인명피해는 1641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화재의 23%로 화재 원인 중 '부주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매년 전력 수요가 늘어나며 전기적 요인의 화재 위험도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게 됐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모든 시간과 장소에 전자 제품 등이 쓰이며 최근 전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과거보다 고용량의 에너지를 쓰는 전자기기들이 많아지다 보니 위험 요인이 커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기기, 냉난방 기기 외에도 전동 킥보드, 전기차 등 고용량 에너지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지난달 13일 강원도 원주의 한 식당에서는 전동킥보드가 충전 중 불이 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사건 역시 과부하 등 전기적 요인이 원인이 됐다.
전문가들은 전기적 요인의 화재 예방을 위해 콘센트나 차단기 등 일상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을 정기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개인이 제품 등을 구매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짐에 따라 안전한지 직접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가전제품이나 집안의 환경은 불편한 게 있으면 더 좋은 것으로 바꾸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의 설비들을 교체하는 경우엔 지출로 생각해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누전 및 과전류 차단기 등은 수명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점검하고 교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영주 교수도 "일상에서 다양한 전자 기기를 사용하면서 물에 닿거나 강한 충격을 주는 등의 경우를 최대한 피하면 자체 고장이나 이상으로 인한 화재를 손쉽게 예방할 수 있다"며 "또 고용량 에너지를 충전할 일이 많은 사용자의 경우 안전차단기가 설치된 콘센트를 활용하면 훨씬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