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금값 올라도 영세 산업구조 지속‥‘음성거래’ 문제 해결해야'

김종인 한국금거래소 총괄사장
순금 함량 떨어지는 금 유통량 많아
수십년 된 관행 바꿔야 산업 성장
한국골드위원회 출범 '제도 개선' 노력

"한국 금 시장에 만연한 음성거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내 금 산업은 글로벌 브랜드의 하위 시장으로 전락해 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왼쪽부터 박성욱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 대표, 김종인 한국금거래소 총괄 사장, 송종길 한국금거래소 대표

김종인 한국금거래소 총괄 사장의 일갈이다. 한국금거래소는 4대 시중은행 등에 골드바 전량을 공급하는 국내 최대 금·귀금속 거래 기업이다. 아이티센그룹이 2018년 인수한 뒤 가파르게 성장했고 최근에는 수출 물량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할 만하지만 김 총괄사장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국내 금 시장에 수십 년간 지속된 음성거래 관행이 바뀌지 않으면 산업이 본질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불안이 엄습해 있다.

김 총괄사장과 함께 한국금거래소의 송종길 대표,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 박성욱 대표가 함께 금 시장 양성화에 팔·다리를 걷어붙였다. 송 대표는 한국금거래소와 정련 전문 자회사인 FTC를 총괄하고 있다. 박 대표는 온라인 거래 플랫폼 ‘금방금방’, ‘센골드’ 사업을 맡아 키우고 있다.

송 대표는 시중에 거래되는 14k(순금 함량 58.5%), 18K(75%), 24k(99.99%)로 대표되는 금 제품들에 순금 함량 미달률이 높다고 했다. 금 제품 및 주얼리 제조업자들이 부가세를 내지 않기 위해 공임 등을 금으로 결제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받은 결제 금으로 수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다시 함량 미달의 금 제품을 만들어 되팔아야 하고, 이런 순환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순금 함량이 계속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는 금 시장에 여러 문제를 낳는다. 일단 소비자들이 금 제품의 함량을 믿고 거래하기 어렵다. 판매 업자들과 소비자 사이에 불신이 지속된다. 또 공임을 음성 결제 금으로 주면서 제조사들은 이를 매출로 인식하지 않고 축소하게 된다. 매출 인식을 회피하는 영세 사업장의 근로자들은 4대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친다. 부가세가 낳은 음성 금 거래 시장의 어두운 단면이다.

송 대표는 "카르티에나 불가리 등 해외 명품과 비교해 국내 수공업자들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도 우리나라 주얼리 산업은 계속 영세성을 벗어날 수 없는 구조로 운영된다"고 지적했다.

한국금거래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에 유통되는 함량 미달의 금을 회수해 주고 있다. 순도가 낮은 금을 가져오면 이를 다시 녹여 순금 함량 99.99%의 ‘포나인(9가 4개라는 의미)’ 금으로 임가공해 교환해 주고 있다. 소비자들이 믿고 금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해 주기 위한 자구책이다.

정련 사업은 효과를 보고 있다. 전년의 월평균 정련 물동량이 89kg 정도였는데 올해 2월에는 162kg으로 늘었고 8월에는 200kg를 넘겨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고순도 정련 금을 공급함으로써 자원 선순환 구도를 확립하면서 함량 미달금을 줄일 수 있도록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취지다. 송 대표는 "금거래소가 음성 시장에서 나온 함량 미달금을 개선해 자원 선순환 구도를 확립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자체 평가했다.

한국금거래소 골드바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박성욱 대표는 온라인 거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되면 음성 거래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가격 결정 권한이 판매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오프라인 시장의 특성이 음성 시장을 만들어 낸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소비자가 금 시장에 재판매한 금(고금)은 금 시장 내에서 결제 금으로 주로 활용된다"면서 "한 해 22t(톤) 규모, 금액으로는 2조7000억원 규모의 금이 재판매 시장으로 나와 음성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원천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온라인 거래는 가격 결정 권한이 소비자에게 있고 플랫폼에서 함량 미달의 금을 포나인 금으로 환산해 가격을 제시해 준다"면서 "온라인 거래가 늘수록 음성 거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올해 7월 귀금속 주요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산·학·연이 참여하는 한국골드위원회가 출범하였으며, 이를 통해 본격적으로 귀금속 산업 육성책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온현성 한국골드위원회 위원장은 "음성 거래를 줄이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제도 개선 없이는 관행이 쉽게 사라지기 어렵다"면서 "음성 거래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부가세 문제를 포함한 제도 개선 노력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증권자본시장부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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