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은 '기억공간'으로… 오세훈 '공산주의와 대치… 자유민주주의 가치 보여줘야'(종합)

한 달간 시민의견 수렴… 국가상징공간 찬성 59%
오세훈 서울시장 "반대 40%, 높은 비율인지 의문"
참전 용사 위한 자유·평화 구현의 '기억 공간'으로
9월 설계공모 통해 추진안 공개… 의견 지속 수렴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을 6·25 참전국의 희생을 기리는 공간으로 조성한다.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 건립 추진 논란 후 시민의견을 수렴해 반영한 내용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공산주의와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번영을 꽃 피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자유민주주의라는 무형의 가치를 시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상징물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거듭 내비쳤다.

20일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을 국민의 바람이 담긴 장소로 조성하고자 지난달 15일부터 한 달간 시민의견을 수렴, 이같은 설립 방향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한 달여간의 의견수렴 결과를 직접 설명 드리는 게 시민들께 도리"라며 결과 발표에 직접 참석한 오 시장은 "설계 경쟁을 하는 원칙에 있어서 아날로그도, 디지털도 좋다. 과거의 국기 게양대 방식, 최첨단 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기술 구현도 모두 오픈하기로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이날 오 시장은 태극기 게양대 건립 논란에 대해 "이순신 장군 동상이나 세종문화회관 세종대왕상은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형상화해서 보여드리느냐, 이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 가장 쉬운 발상을 한 것이 태극기였다"고 재차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향후 광장에 조성할 상징물에 대해서는 "태극기가 들어갈 수도 있고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10년 뒤에도, 50년 뒤에도 상징성이 돋보일 수 있는 조형물을 최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해 만들 때 상징성을 더 유지하고 고양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론 수렴 결과, 시민의 40%가 광화문광장에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요즘같이 정치적인 견해가 양극화된 시대에 40%라면 그렇게 높은 비율인지 의문이다"며 "당초에 높은 태극기 게양대로 설명이 됐기 때문에 생겼던 의견의 흐름도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충분히 설명을 드리면 오해는 상당히 풀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에 접수된 시민 제안은 총 522건으로, 이 가운데 국가상징공간 조성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59%(308건), 반대 응답은 40%(210건), 기타 1%(4건)로 나타났다. 시민 제안 의견을 살펴보면 국가상징공간 조성에 적합한 상징물은 태극기가 215건(41%), 무궁화 11건, 나라문장 및 국새 각 2건, 애국가 1건 등이었다. 이 외에도 훈민정음, 소나무, 역사정원, 6.25 참전국 국기, 독도 등 다양한 시민 의견이 제시됐다.

정부가 인정하는 대한민국 5대 국가상징물(국기·국가·국화·국장·국새)을 복합 조형물로 표출하자는 의견, 무궁화조경(무궁화광장) 및 무궁화 문양 조각 등으로 상징공간을 제작하자는 의견, 애국가 4절을 모티브로 한 영상물 및 조형물을 제작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상징물 디자인을 두고도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미디어아트 작품이나 빛 조형물 등을 활용해 광화문광장을 예술성을 겸비한 공간으로 만들자는 제안, 국기 게양대 형태의 미디어폴을 비롯해 키네틱(움직이는) 아트 등 예술적 조형미를 살린 상징물을 만들자는 제안 등이 있었다.

서울시는 이번 시민 제안을 토대로 ▲상징공간의 의미 ▲시민과의 소통 ▲디자인 다양성 및 최첨단 기술 접목 등 크게 3가지에 초점을 맞춰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을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광화문광장에 '자유'와 '평화' 등 인류 보편의 가치를 반영하겠다는 것으로 피부색도 국적도 다른 전 세계의 용사들이 함께 헌신해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의미를 전달하겠다는 취지다.

핵심은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6·25 전쟁에 기꺼이 함께한 전 세계 참전 장병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의미를 담는 데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인류평화의 표상이 된 번영의 대한민국을 상징하고 대한민국 번영의 기틀이 된 22개국 참전용사의 희생을 구현해 미래세대에 그 의미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곳은 6·25 전쟁 외 국경일이나 기념일에도 의미를 되새길 공간으로 사용한다.

광장에 들어설 조형물은 내구성과 유지관리 용이성을 갖췄는지, 영구적 사용이 가능한 구조·형태인지, 첨단 기술을 접목해 콘텐츠의 호환 및 전환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한다. 구체적인 건립 계획은 오는 9월부터 진행할 설계공모 과정에서 세워진다. 우선 시민의견 수렴 결과에 대해 전문가 자문과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심의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설계공모가 마무리되는 연말에는 기본 및 실시설계에 착수한 뒤 2025년 5월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한다. 준공은 2025년 9월 예정이다.

서울시는 설계공모 지침 마련 단계는 물론 국가상징공간 조성 완료 시까지 시민·전문가·관련 기관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폭넓게 경청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국토교통부 등 관련 기관과도 면밀히 협력할 방침이다.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건립 계획은 아직 해당 기관들의 국가상징공간 조성 계획에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서울시는 협의 과정을 통해 추후 국가상징공간 조성 계획에 포함되고 공동으로 발표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사회부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