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경기자
호주가 12일(현지시간) 미국·영국과 핵 물질 수용을 허용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이로써 호주는 핵 추진 잠수함 운영을 위한 핵 물질을 반입할 수 있게 됐다. 이 협정은 미국, 영국, 호주 3국의 안보 협의체인 ‘오커스(AUKUS)’ 결성을 계기로 이뤄졌다.
‘오커스(AUKUS)’는 호주(AU), 영국(UK), 미국(US) 3국이 2021년 9월 결성한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협의체다. 오커스 출범을 주도한 국가는 호주다. 호주는 2010년대 중반까지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을 펴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 후반부터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역내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2020년 호주가 코로나19 진원지에 대해 국제조사를 촉구했고, 중국은 경제 보복으로 대응했다. 이는 호주가 중국을 자국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는 원인이 됐다.
군사적 증강 계획을 세운 호주는 2022년 프랑스와의 디젤 잠수함 건조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미국을 설득해 핵잠수함 건조기술을 전수받기 위해서다. 프랑스는 호주의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미국과 호주의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두 나라의 갈등은 2022년 6월 호주가 프랑스에 위약금 5억5500만유로(약 7500억원)를 지불하면서 일단락됐다.
한편 미국과 영국은 오커스 결성 전부터 인도·태평양 지역에 중국이 해양 군사력을 확장하는 것을 두고 강한 위기의식을 공유했다. 특히 미국은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쿼드(Quad) 등 기존의 군사동맹만으론 대중국 견제가 어렵다고 봤다. 이것이 오커스 결성에 영향을 줬다. 다만 오커스는 미국, 영국, 호주 3국 간의 군사기술 협력을 강조할 뿐이며,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 기능은 공식적으로 부정한다.
오커스는 두 개의 필러(Pillar)로 구성된다. ‘필러1’은 호주의 대중국 군사 억제력 강화가 핵심이다. 미국과 영국은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하고, 호주가 자체적인 핵잠수함을 건조하고 보유하도록 한다. 호주가 2050년대까지 8척의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을 자체적으로 보유하는 것이 바로 필러1의 목표다. ‘필러2’는 인공지능(AI), 양자 기술, 초음속, 사이버, 해저 등 8가지 첨단 군사기술 분야에 대한 협력이 중점이다. 필러2는 필러1의 플랜 비(B)이고, 보다 장기적인 관점을 갖는다. 호주가 핵잠수함 전단을 구축하더라도 대중 억제력을 효과적으로 달성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서다.
미국은 필러1에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을 참여시킬 의향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오커스에 일본의 합류를 논의하면서 대중국 포위망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오커스가 일본(Japan)의 영어 국명을 결합한 '조커스(JAUKUS)'가 되는 것 아니냐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영국과 호주는 기존 3국의 협력에 집중하길 원하고, 일본의 오커스 가입 문제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만큼 '조커스'가 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