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이복현 '두산, 정정신고서 부족시 횟수 제한없이 정정요구'

8일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 후 백브리핑
"주주의사결정 필요정보 충분해야"
선도 대기업 밸류업 공시 참여도 독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일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행보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은 두산그룹에 대해 "정정신고서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가 끝난 후 백브리핑에서 "(두산로보틱스로부터) 정정신고서를 제출받았다"며 "기본 원칙은 최초 증권신고서 제출 시 부족했다고 생각한 부분 즉, 구조개편의 효과와 의사결정 과정, 위험 등에 대해 주주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기재됐는지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간담회에는 23개 자산운용사 CEO가 참석했다. 이 원장은 운용사들에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에 발맞춰 적극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의결권을 행사해달라고 촉구했다. 자산운용사들도 의결권 행사 과정에서의 현실적 어려움과 제도적 미비점 보완 필요성을 당국에 전했다. 아울러 최근 소액주주 이익 보호가 실패한 사례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다음은 이복현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두산과 SK그룹의 계열사 합병을 두고 소액주주 불만이 크다. 그릇된 관행이라고 보는가

▲답변을 드리기 전에 상장 기업 CEO 또는 대주주 분들에게 간곡히 부탁 말씀을 두 가지 측면에서 드리고자 한다. 첫 번째는 거래소 중심으로 진행되는 밸류업 프로그램 자율 공시와 관련, 산업을 리드하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그 필요성을 인식해달라. 정부 당국은 규제적 방법으로 기업 해위를 유도하기보다는 자율적이고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자본시장 선진화를 이루고자 한다. 입법이나 정책 제안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시대적 필요성에 공감해주시고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라 할 수 있는 대기업, 선도 중견기업들이 참여를 해주심으로써 기업들이 국민, 일반 주주와 함께 호흡한다는 신뢰를 주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번째는 CEO와 대주주 레벨에서 주주 소통을 원활히 해달라는 것이다. 지금 많은 해외 투자자, 일반 국민, 기관 투자자들이 갖는 불만은 실무 레벨 형태에서 IR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엔비디아, 애플, 테슬라 등 대기업에서 CEO 등이 적극적으로 회사 가치나 미래 성장전략을 시장과 공유함으로써 믿음을 준다. 우리도 그런 소통만 있었다면 우리 선도 기업들도 훨씬 오해가 많이 불식될 수 있을 것이다.

두산 지배구조 개편의 효과, 의사결정 과정, 그로 인한 위험 등에 대해서 주주가 주주권 행사 여부를 포함한 다양한 의사결정에 필요한 청보가 충분히 기재됐는지 서두르지 않고 보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지금 검토 중이지만 조금이라도 부족함 있다면 횟수 제한 두지 않고 지속 정정 요구하겠다는 게 감독원의 합의된 입장이다. 주주 보호와 기업가치 제고의 방향성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주주 이익을 고려하는 문화적 관행적 개선이 필요하다.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페널티 취지로 언급됐던 좀비기업의 거래소 퇴출 기준은

▲거래소와 상장 유지 기준, 상장 퇴출 기준을 엄격하게 하고 그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시가총액이 상장 시보다 현저하게 떨어지거나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좀비 기업의 경우 일반 주주들이 빠져나갈 수단이 없는 셈이고, 상장제도의 좋은 면만 취하고 책임이 없는 이런 기업을 계속 유지하는 게 맞는지 고민하고 있다. 거래소 시장제도 개편을 포함한 여러 사안을 함께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김(병환) 위원장님과 잘 상의해서 그런 문제의식을 어떻게 구현할지 논의의 장을 만들어보겠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해서는

▲(투자수익과 배당소득이) 이자수익과 같은 성격으로 취급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다. 금투세로 20% 세율을 부담하지만, 집합 투자기구는 (분배이익에 대한 세율이) 50%가 적용되는데 이것이 전문가를 믿고 장기 간접투자를 하는 흐름과 맞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다.

-주가 급락 상황인데 금융당국이 현 사태를 어떻게 보고 어떤 방향으로 해결 모색할지

▲이미 부총리와 금융위원장께서 같은 주제로 여러 번 말씀하셨어서 반복적이긴 하지만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에 굳이 말씀드린다. 지금 주가 급락은 과거 위기 상황에 비추어 환율, 자금시장, 실물 경제의 급격한 다운턴(하락전환)과 병행되지 않아 이례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과거 펀더멘털 문제가 있었던 시기보다는 수급, 심리적 측면이 강하지 않나 싶다. 정책 수단 보유와 관련해서는 단기 수급 관련 2022년 7월, 2020년에도 그렇고 정책 수단을 몇 가지 쓴 게 있다. 그런 것들에 대해 저희가 잘 준비하고 있다. 한국 시장의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금투세 문제, 밸류업 프로그램 등 제도적 측면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

-전날 미국 현지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의 주간(데이마켓) 주식 체결 취소 통보한 것 관련 사전에 금감원 지도 사항이 있었는지

▲(한국) 증권사들에 대해 단일 경로가 아닌 복수의 경로로 주문할 수 있도록 지도해왔다. 다만 이건 같은 경우 워낙 많은 주문이 특정 시기에 몰렸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그런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닌가 짐작하지만, 기술적인 부분은 좀 더 확인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득할 수 있는 이익을 실현하지 못하는 등 손익 발생 여부를 따져봐야 하지만 개인의 자율적 투자의사 결정이 침해된 것만으로도 (증권사에) 책임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원인 관계를 밝히고 증권사에 책임이 있다면 자율 조정을 통해 해결토록 하겠다.

증권자본시장부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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