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정인턴
엄지와 검지를 집게 모양으로 만드는 '집게손가락'이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이같은 갈등은 최근 서울 시내 한복판에 게시된 현수막으로 옮겨붙었다.
2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서울 서초구 교대역 입구에 여성의당이 내건 현수막과 이 현수막 바로 아래에 이를 반박하는 익명의 현수막이 함께 걸린 사진이 올라왔다.
여성의당이 게시한 현수막을 보면, 집게 손 모양으로 젠가(jenga)를 뽑아내는 모습이 보인다. 그 옆에는 '손가락으로 뽑아내는 여성 인재, 기업이 무너지는 지름길입니다'라고 적혀있다. 또한 여성의당은 지속해서 '집게 손' 논란을 비판했는데, 공식 인스타그램과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여성이 직장 안에서 손 모양 하나까지 검열당하며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데 국가는 침묵하고 있다"며 "사상 검열에 적극적으로 동조한 기업과 이를 방관한 정부에 끝까지 책임을 물으며 여성 노동자의 생존과 권리 보장을 위해 포기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현수막 아래에는 익명으로 반박 글이 게시됐는데, "회사에서 결재하지 않은 이미지를 임의로 삽입해 불필요한 갈등을 촉발해 손해를 야기한 직원은 성별을 불문하고 자르는 게 맞다"고 적혀있다. 이어 "그게 꼬우면(싫으면) 돼지족발집 창업해서 본인들 손가락 사진 쓰고 성업하시길"이라고 적혀있다.
이같은 논란은 지난달 4년 만에 국내 시장에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그랑 콜레오스'를 공개한 르노코리아 유튜브 채널에서 한 여성 직원이 '집게 손' 모양을 상습적으로 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불거졌다. 집게 손은 급진 페미니즘 성향의 커뮤니티에서 남성 혐오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다만 해당 여직원은 "미처 인지하지 못한 행동"이라며 사과했다. 현재 르노 코리아는 논란이 된 영상을 삭제하고 해당 직원을 업무에서 배제시킨 상태다.
르노코리아에 이어 볼보그룹코리아도 '집게 손' 논란이 불거졌다. 문제가 된 볼보그룹코리아 사내 홍보물 포스터를 보면, 파란 배경에 세 명의 인물이 일러스트 형태로 그려져 있다. 이 중 책을 읽고 있는 인물은 한 손으로는 책을 쥐고 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남혐 손가락'으로 불리는 '집게 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같은 '집게 손'은 포스터 4장 중 3장에서 발견됐다.
여성의당이 게시한 현수막은 ▲르노코리아 성수 ▲넥슨코리아 ▲교대역 9번 출구 ▲강남역 9번 출구 등 10곳으로 정해 올렸다. 현수막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2일까지 게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