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기자
이달 엔·달러 환율이 연일 하락하며 '슈퍼 엔저의 시대'가 끝난 게 아니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현재의 엔화 강세가 다소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향후 엔·달러 환율이 크게 반등(엔화 약세)할 가능성은 낮아 당분간 150~154엔 수준에서 횡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31일 국제금융센터의 '최근 달러·엔 환율 급락에 대한 평가'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지난 3일 장중 161.95엔을 기록하며 3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불과 3주 만인 지난 25일, 두 달여 만에 최저 수준인 151.94엔까지 하락했다. 고점 대비 10엔 이상 하락하며 엔화가 큰 폭의 강세를 보인 것이다.
이달 중 엔화의 대(對)미 달러 강세 폭은 4.5%로 글로벌 주요 통화 중 최대 수준이다. 29일 기준 미 달러화 대비 강세폭은 유로존 1%, 스위스 1.4%, 영국 1.7%에 그쳤다.
환율 변동성도 주요 선진국 통화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29일 기준 1개월물 내재변동성은 브라질(13.80%), 멕시코(13.40%)에 이어 일본이 10.80%를 기록했다.
최근 엔화 강세의 배경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일본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엔화 매수세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 11일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보다 더 하락하면서 Fed의 9월 금리 인하 기대가 커져 약(弱)달러 압력이 강해졌다. 이어 11일과 12일, 일본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미 달러화 매도세가 관측, 동시에 엔·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엔화 매도심리가 약화됐다.
한편 이달 중순부터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주식이 조정을 받는 가운데 올해 들어 미국 주가 상승과 동조하며 나타났던 엔화 약세에 대한 되돌림이 진행되는 점, 엔 캐리 트레이드 포지션의 청산이 진행된 점, 도널드 트럼프 미 대선 후보의 엔저에 대한 견제와 일본 자민당 간사장의 금리 인상 압박 등 정치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엔화 강세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상원 국금센터 부전문위원은 "7월 들어 여러 강세 요인이 단기간 내에 중첩되면서 엔화 강세 폭이 과도해진 측면이 있다"며 "다만 14개월래 가장 좁아진 미·일 금리차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낮은 점 등 제반 여건의 변화 방향을 고려하면 엔화가 다시 큰 폭의 약세를 재개하긴 어려울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은 "엔화가 크게 강세, 크게 약세를 보이긴 어렵다는 의미다. 당분간 150~154엔 수준에서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